
서귀포 우성 모텔 303호 ㅡ
인사동을 詩로 좀 다닌다는 분들은, 아마 이 시를 아실 겁니다,
시 행사나 갤러리 오프닝 행사에서 불리는 노래로, 생자 이생진 시인(1929~2025)의 시입니다;
서귀포 칠십리길: 이생진
음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서귀포 칠십리
어느 틈으로든
바다가 보이면 됐어
시가 밥처럼 씹히는 날
곁에 바다가 있다는 건
죽어서도 어머니 곁이라는 거
나는 쉽게 바다에 물들어서 좋아
음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 이생진 시집 『서귀포 칠십리길』 우리글(2009)
이 시가 유명해진 건 인사동의 음유시인 벗 현승엽 가수가 곡을 만들어, 전국의 시 낭송 행사에, 생자를 모시고 혹은 단독 공연을 다니며 불러서 아름아름 알려졌습니다.
하나 살짝 더 첨부할 건,
인사동 혹은 여타의 지방 『진흠모』 행사에 단 한 번이라도 참석하신 분들은, 듣고 따라 했을 아래 짧은 랩,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이 랩송(?)은, 박산이 만들어 전국의 『진흠모』 행사에 건배사로, 참석자 모두가 우렁차게 목소리 높여 합창하는, 詩 한 구절로 일치단결하는 효과 만점의 랩이 되었습니다, 사실 초창기에는 전체 시 가사를 랩으로 읊어댔었습니다.
이 시가 쓰인 장소가 바로 서귀포 천제연 폭포와 가까운 약간의 언덕배기에 위치한 우성 모텔 3층 303호입니다. 생자는 303호 창문 틈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서귀포의 바다를 보면서 쓰셨습니다. 나도 이 방에 들어가 생자와 담소를 했고, 새우깡에 막걸리를 마셨던 기억이 어제 같습니다.
지난 4월 17일, 비가 많이 오시는 날, 이 시에 곡을 붙인 싱어송라이터 현승엽과 랩 작곡가(?) 박산은 스승의 자취를 찾아 서귀포 우성 모텔을 찾았으나, 유감스럽게도 리모델링 작업으로 문이 닫혀 303호를 들어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유럽 같았으면 이 모텔을 문학 유적으로 보존했을 겁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빗속을 빠져나오는데, 점심 하도리 횟집 약속 초대를 하신 존경하는 『구좌 문학회』 홍기표 회장의 일찍 오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현승엽 가수와 성산포로 돌아가면서, 차창 밖 쏟아지는 '서귀포 칠십리길' 빗길에 대고 나는 읊조렸습니다,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생자께서 항시 그러셨듯이 바로 후렴을 하셨습니다, 그의 탁하지만 힘이 들어간 익숙한 음성으로,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현승엽은 그 특유의 진한 질감이 느껴지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갑니다, "시가 밥처럼 씹히는 날~~♭♩ 곁에 바다가 있다는 건~~♪♡".
* * 『진흠모』: 이생진 시인을 흠모하는 모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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