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93

박산 2026. 3. 21. 09:34

292 모꼬지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93 (2026. 03. 27)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

//(02)720 6264

 

- 매월 마지막 금요일 6시-  

< ‘6시  정각  시작’>  

* 수도권 귀가 시간  고려  30분 앞당겼습니다

 

낭송예정자:

김미희 유재호 김중열 김명중

조철암 조순일 김경영 김화연

선경님 박산

 

생자 이야기】3

"자네는 그래서 시를 쓰는 거야!"


종로 선술집에서 막걸리 마시는 자리, 생자께서 물으셨다, "자네, 세계 여러 나라, 일하느라 많이도 다녔지?, 다녀본 나라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은가?", 내 대답은 이랬다, ", 선생님, 다닌 나라 수는 많은데, 출장만 다녀서 관광지나 유적지는 안 가 보아 잘 모릅니다" 이리 말씀드리니 고개를 끄떡이시면서, "그럼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는 어딘가?" 물으셔 ", 선생님, 방글라데시를 가고 싶습니다, 너무 가난한 나라 국민들에 충격을 받은 영향으로, 그들에게 '달러벌이'를 알려주는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선생께서는 "자네는 그래서 시를 쓰는 거야!".


'2025 현승엽 생자 추모 가을 콘서트'에 방글라데시 지성인 청년 셋이 참석했었는데, 뒤풀이로, 김중열 현승엽 이윤철 김병모 님 등과 생자와 자주 다녔던 낙원 호프집을 찾았으나, 이미 자리가 꽉 차서, 허리우드 골목 호프집에서, 치킨에 호프를 마시는데, 이들 방글라데시 청년 셋이 우연히 합석을 해서, 내가 갔었던 40여 년 전의 방글라데시 경험에 비추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헤어지면서, 이들 중, 특히 내게 착착 정감있게 대화하는, 다카(수도)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한다는 한 친구에게 내 명함을 건네면서, "혹여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라!(Don't hesitate to contact me if you need my help!)" 했더니, 나머지 두 명도 수줍게 따라와 내게 명함을 청한다. 혹여 이들이 한국 관련 비즈니스를 한다면 도울 작정이다.

생자께서 내게 말씀하신 "자네는 그래서 시를 쓰는 거야!"란 말씀이 떠올랐다.

 

2024년 4월 구좌 '다랑쉬굴 시혼제' 비바람 태풍 속에, 하늘도 생자의 마지막 참석을 슬퍼했다

 

《시 낭송 모꼬지-진흠모 292 스케치(2026.02.27.)》

292 시가연 시비 앞에 선 김미희 편집인

 

1. 달빛과 등대: 낭송 김미희/시 이생진

 

달빛이 맑다

달빛에 끌려온 파도 소리에

발 담가 놓고

등대더러

너도 달빛에 발 담그라 했다

 

* 진흠모/시인/낭송가/편집인 

 

교동도 개척자 '청춘 브라보 손윤경 님'과 함께한 생자

 

2. 섬에서 사는 토끼: 낭송 류재호/시 이생진

 

외로운 섬 토끼

다른 섬에 옮겨 살려고

거북이 등에

올라탔다는 이야기

지금 그 심정 알겠다

허허 망망

바다 한가운데

내가 떠 있어 보니

그 때 심정 알겠다

 

시집(그리운 바다 성산포)

 

* 진흠모/가수/낭송가

 

3. 볼래말래: 김중열

 

이제 해너머 팔순 문턱에서

마흔이 한창 너머

뜨거움이 가득찬 어느 여인에게

혹심을 품고 덤벼든 노망 있어

 

어린 그녀가 대차게도

능력이 되느냐 하며 묻기를

 

머뭇거려 "정신차려 이넘아!" 하기를

쩐도 없고, 힘도 벅차고,

연애 또한 못하거늘

언감생심 품기만 하려던가

 

그녀 또한 그 나이에

머스마 하나 둘이 아니련가 떠올라

주춤주춤 돌아서 떠나볼래

 

그래라

볼래말래 그마저 의미가 있을까만

아서라! 그 또한 넘어서자 했더란다.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시비거리 지나는 행인들과 즉석 시낭송 담소를 하는 생자

 

4. 섭지코지, 숨의 바다: 김명중

 

섭지코지 앞바다에 해가 떠오르면

해녀들은 불턱을 떠나

숨을 바다에 맡긴다

 

테왁은 물 위에 눕고

그 아래 매달린 망사리

빈 그물처럼 출렁이며

아직 오지 않은 저녁을 기다린다

 

돌 틈의 전복 떼어

손에 쥐고

물 위로 터지는 숨비소리,

허우

 

바다의 심장을 두드리며

오늘을 섬에 알린다

 

물살 속에서도

등을 바다 쪽으로 돌리지 않는 몸,

숨이 먼저 닳아도

삶은 끝내 놓지 않는다

 

테왁은 하루를 띄우고

망사리는 무게를 담는다

바다는 말없이

그 무게만큼 빛을 돌려준다

 

해녀의 숨이 사라진 자리마다

파문이 남아

그 파문들이 모여

섭지코지의 하루가 된다

 

이 바다는 오늘도

고기보다 먼저

사람의 숨을

건져 올렸다

 

*진흠모/시인/인사동tv PD 

 

생자의 마지막 인사동 나들이를 함께했던 해공 이원옥 님

 

5. 내가 백석이 되어 : 낭송 이원옥/시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진흠모/시인/시낭송가 

 

292 모꼬지에도 선경님은 생자의 자리에 꽃을 드렸다

선경님 ㅡ 

선한 행위는 복 짓는 일이고
경이롭고 의로운 실천이어서
님을 부른다, 사랑하는 님들을!

진흠모는 선경님 님이 있다
님이 있어 진흠모는 즐겁다
소리 없이 내미는 손이 아름답고,


'숟가락만 놓아주어도'
"내가 베풀었다!" 
생색내야 직성이 풀리는 
허울의 이 시국에 

利他自利를 솔선하여 
미덕의 정원을 꾸미는 정원사다

진종일 어린이집 학부형 상담으로 
쉰 목소리 되어 나타나서도
진흠모 한 분 한 분 
웃음으로 눈을 맞추는 고운 심성
진흠모는, 님이 있어 행복하다 

(山)

 

생자 with 선경님

 

6. 복 짓는 설: 선경님

 

볕이 내려앉는 마당

둥글게 모인 짝꿍 부부들

푸른 쑥 반죽 한 덩이

봄을 미리 품은 듯 향이 오른다

 

힘껏 오른 떡메가

덕담으로 내려와 복을 짓는다

세월을 함께 엮어 오듯

설날의 정도 익어 간다

 

콩고물 묻혀 나누는 순간

마당의 온기는 떡보다 더 쫀득한

사랑과 우정의 세월이라는 것을!!

 

마음은 벌써 봄처럼 사랑스럽다

 

*진흠모/시인/어린이집 원장 

 

생자가 손수 만드셔서 우체국 가셔서 보낸 마지막 엽서, 이후는 '박산 이름'을 생자가 쓰셨다

 

 

7. KTX와 무궁화 열차: 조철암

 

기차로 대전에 다녀왔다

출발 10분 전인 ktx가 있어 1시간 5분 만에

편안하게 도착했다

 

귀경길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시간

모든 열차 좌석 매진

할 수 없이

무궁화 열차 입석 구매

 

승무원의 친절한 안내로

카페 칸에 탑승하여 간신히 자리에 앉았다

옆 사람에게 골판지를

반 잘라 권하는 청년

자신의 여행용 가방 위에 앉으라는 아주머니

젊은이들의

왁자지끌한 대화

 

편안하고 빠른 ktx

사람 사는 향기가 물씬 풍기는 무궁화 열차

 

편리하지만 옆집과도

모르고 지내는 아파트와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았던 어린 시절 동네를

비교해 보았다

 

*진흠모/시인/낭송가 

 

2026 봄 여의도 한강

 

8.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낭송 김경영/시 이생진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백석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김영한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자야'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지

 

그들은 삼년 동안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 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그녀가 죽기 열흘 전

힘없이 누워 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1000억의 재산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후회?" "무슨 후회?"

 

그 사람 어느 때 가장 생각 나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천금을 내놨으니 만 복을 받으셔야지요

그게 무슨 소용 있나

기자는 또 한 번 어리둥절했다

 

다시 태어나신다면?

어디서?

한국에서?

! 한국!

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쯤에서 태어나 문학 할 거야

 

그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 했다

 

사랑을 간직하는 데는 "시밖에 없다"는 말에

시 쓰는 내가 어리둥절했다

 

*진흠모/라인댄스 강사/낭송가

 

김중열 님께서, 모꼬지 참석 독려의 의미로 매달 그림 한 점씩 증정, 김병모 님 당첨 증정

 

9. 봄바람: 김병모 낭송/ 박산 시

 

동백이 붉어도

나 보기엔

마냥 수줍게만 보입니다

 

아직 찬바람은

창연하게 걸린 풍경 소리를

나지막이 부르고 있습니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길섶에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떼가

뭉쳤다 흩어지며 털을 부빕니다

 

마른 잣나무에 물기 오르니

다람쥐 눈망울은 분주해지고

바람은 또 기웃하며 어정거립니다

 

비탈 데크 계단을 오르며

햇빛에 비친 그림자를 앞세우다

문득 당신 생각이 납니다

 

과거에도 있었을 나무에 기대

미래에도 있을 광경을 내려보니

그 모든 것이 하나로 겹쳐집니다

 

뭉게구름 한 뭉치가

잠시 해를 가리고 있지만

으레 그랬던 일처럼 무심합니다

 

지금 무얼 하고 계신가요

나는 그대 그리움을 만들고 있는데

바람은 또 귀를 간질입니다

 

희망이 절망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파도가 일렁이는 절벽 꿈을 꾸었지요

까마득한 얘기는 이미 잊혀졌습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진종일 서서 그대만 생각하고 싶습니다

 

구름이 저만치 떠나가고 있습니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 바람 탓인 줄은 압니다

 

그대도 아시겠지요

우리들의 길었던 입술 호흡조차

바람의 언어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소나무도 사실 늘 푸르지는 않습니다

속내 곪아 벗겨져 때때로 떨어집니다

바람이 달래가며 사는 셈이지요

 

그대여

바람이 자연의 언어이듯

그 바람에 들어 살고 싶습니다

 

그 바람 중에

봄바람이련

봄바람이련

 

*진흠모

 

10. 타인 속에 피는 꽃: 김화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 생각해

나보다 더 소중하게 아껴온 것들에게

찔리는 아픔을 겪으면 비로소 보인다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내가!

 

나를 가장 아껴주고 사랑해 줄 이는

나뿐임을 알고 나니 어느새 눈가에 고인 눈물

그 눈물이 마르면 꽃으로 피어날 때 있겠지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사랑하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를

 

사랑은 구걸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마음대로 취사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서

타인에게 사랑을 구걸하지 말고

나를, 사랑을 뒷방에 방치하지도 말고

삶 앞에, 사랑 앞에 당당히 옷을 벗자

 

내 안에 심은 씨앗이 홀씨 되어

타인 속에 꽃 피길 바라며

 

*시인

 

11. 지게: 박 산

 

내 등에는 꼭 붙어 있는 지게 하나 있다

아침 햇살을 지게에 진 날들보다는

비바람에 구르는 돌들 져 나른 날들이 많았다

 

대낮의 노동으로 거품 같은 재화를 구축할 때는

뒷덜미를 무겁게 짓누르는 고통이 뭔 줄 몰랐고

지게의 슬픔 따윈 생각지도 못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밤이 주는 평온을 몰랐다

 

지게가 신음하기 시작한 건 예순이 넘어서다

단 한 번도 지게의 소리를 들어 본 적은 없지만

그가 아프니 나도 아팠다

일심동체였음을 까맣게 잊고 지내 미안했다

 

가벼운 것만 지기로 했다

 

떨어지는 꽃잎

스쳐 지나는 하늬바람

서산에 걸린 붉은 노을

나뭇가지에 앉은 달빛 미소

샛별이 주는 새벽의 상쾌함

 

*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2020)

 

* 진흠모 이끎이/시인 

 

인사 사거리 생자 배웅 자리에, 그대로 모두 함께 가슴속 배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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