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천

박산 2026. 2. 7. 07:04

 

밑천 -

 

그간

입고 먹고 다닌 세월이 얼마인데

정작 찌울 건 안 찌우고

정말 지닐 건 생각 없이 버리다가

순간의 쾌락에 물든 게으름이

규칙을 까맣게 잊은 채 흐물떡거리는데

땟국에 절어 나달나달 해진 옷자락들이

하잘것없이 식어버린 속내만 긁어댄다

모처럼 큰 호흡 자위 아닌 자위로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짧은 밑천 다 드러났는데도

헛기침에 모른 척

점잔이라도 빼 볼 양으로

에헴! 에헴!

 

지나가는 강아지가 킥킥

배부른 참새도 조잘조잘

 

 

*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2020)》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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