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동물원 풍경 ㅡ
사람이 추우니
동물도 춥다
꼭꼭 숨었다
사자도 하이에나도
히터 빵빵 나오는 방에 있다
유리창 가까이
하이에나와 눈이나 맞춰보려니
어슬렁거리는 걸음걸이로
아는 척조차 귀찮아한다
갈기만 멋진 DNA만 진짜인 사자들은
동네 산책하는 강아지 풀린 눈으로
멍청히 허공만 바라본다
타조는 우리 햇볕에 앉아 묵상 중인데
바로 옆 아메리카들소 역시
점잔 빼는 양 털썩 주저앉아
눈만 껌뻑이고 있다
원숭이들, 이놈들만 번식을 위한 본능인지
아니면 쾌락이 무엇보다 우선인지
벌건 대낮에 부끄러운지도 모르고는
여기저기서 붙고 떨어지며
꽥꽥 꽤나 시끄럽다
꽁꽁 언 호수 위 리프트는 손님 없이 움직이는 중이다
입장료 무료인 겨울 노인들이 많다
나도 그중 겨울 하나다
糖 떨어졌다는 겨울 하나가 과자 가게로 급히 달려간다
한눈에 들어오는 관악산 연주대는 씩씩하게 겨울을 나고 있고
저만치 청계산 매봉은 튀어나올 봄을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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