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92

박산 2026. 2. 21. 10:05

진흠모 보리수 카페 111회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92 (2026. 02. 27)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

//(02)720 6264

<630분 시작>

 

낭송예정자:

 

김미희 김중열 유재호 김명중

이원옥 조순일 조철암 선경님

김병모 김화연 김경영 박산

 

생자 이야기】2

《생자의 인사동 읽기》

20105인사 아트사이드등을 거쳐 보리수 카페 20105월까지 111회 시 낭송 콘서트를 하셨다. 당시 인사동에 갤러리 붐이 일어 보리수 카페의 업종 변경으로 더 이상 시 낭송을 할 수 없게 되었는데, 생자께서는 이미 다음 장소 순풍에 돛을 달고(쥔장: 고 김윤희 화백)를 물색해 놓으시고는, 미리 나를 데리고 가셔서 내게 의견을 물으셨다, 내 대답은 이랬다, "저야 뭐 선생님이 좋으시다면 이의가 없습니다" 이리 말씀을 드렸더니 말씀이, "인사동에서 시가 쫓겨나고 있는데, 우리 모꼬지를 찾는 이 없으면 어떡하지?" 걱정 말씀을 하셔서, 내가 자신 있는 어조로 이리 말씀드렸다,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진흠모팬덤이 있어서 최소 10~20분은 참석합니다!" 이 말에 기분이 좋아지신 생자께서는 이리 말씀하셨다, "그래, 열 명만 되면 시 읽기 더 좋지, 너무 많이 모여도 집중이 안 돼!"

 

291 모꼬지 김경영 님 꾸밈

 

 

인사동시 낭송 신년 모꼬지 진흠모291 (2026. 01. 30) 스케치

 

1. 혼자 사는 할머니의 밤: 낭송 류재호/시 이생진

 

혼자사는 할머니의 집 앞을 지나는 밤

환한 전깃불

지금 혼자서 무얼 하고 계실까

문살에 그림자도 없다

누워 계신가

그분의 얼굴에서 내려오는 일몰

89

90

91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

 

시집( 우이도로 가야지)

 

* 진흠모/가수/낭송가 

 

 

2. 그냥 참 좋아: 김중열

 

너는

수 백 년 전에 왕이 쓰던

고귀한 도자기로 모시어 오던

 

혹은

수 천 년 동안에 서민이 품던

골고루 쓰이던 어떤 그릇도

그 무엇도 아닌

 

어느날 옅은 홍조를 띄우며

밝게 웃는 나의 늘봄이란 들판에

홀연히 솟아오른 하이얀 꽃이기에

 

새록새록 낯설게 다가와서

피어오를 너의 미소를 바라보기를

긔 더욱 좋기만 하였기에

 

때론 심술맞은 바람에 지독하게

흔들리여 나에게 투정을 한다해도

그냥에 마냥으로 나는 참 좋을 게다.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3. 섬에서 섬으로: 김명중

(부제 : 불춤)

 

다랑쉬 마을을 통째로 삼킨 불은

서서히 식어가는데

숯등걸 하나둘 모여

다랑쉬오름에

작은 섬 하나를 만들었다

 

바다는 섬을 가두며

파도 소리를 재우고

열하나의 불등걸은

자기들만의 섬으로

숨어들었다가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사십사 년 만에

잿불이 다시 피어오른다

젖무덤을 친친 감았던

어머니의 질긴 무명천이

긴 불끝이 되어

춤을 춘다

 

해마다 사월이 오면

이생진 시인은

다랑쉬굴 앞에서

술을 붓고

다랑쉬오름의 비가*를 낭송한다

 

타거라

훨훨 타올라

다 사위어라

이어도처럼

시간이 지나면

먹빛의 고운 재만 남길 섬이여

고된 서러움을 삭힌 파도는

불비가 되어

내린다

 

시인은

인사동에 인사도라는 섬을 만들고

제주 구좌읍에

구좌도라는 섬을 만들었다

 

다랑쉬굴 앞에서

열여덟 번째 진혼곡을 울리던 날

인사도와 구좌도 사이에

다리가 놓였다

 

섬에서 섬으로

시는 건너가

노래가 되고

불춤이 된다

 

훠이

훠이

불춤을 춘다

 

* 제주 4.3사건 희생자 11인의 넋을 추념한 이생진의 시

 

 

4. 아내와 나 사이: 낭송 이원옥/시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진흠모/시인/시낭송가

 

291 모꼬지에도 선경님께서는 생자께 꽃을 드렸다

 

5. 새해인사: 낭송 선경님/시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 다시 삼백예순다섯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 진흠모/시인/어린이집 원장

 

6. 숫돌: 조순일

 

어제가 만든 녹슬고 무딘 마음에

마중물로 기른 정한수로

오늘도 숫돌에 바람[]을 간다

 

물을 먹고 자란 벼 그루터기 낫으로 베어

한 짐 부려 낟가리로 바람[]을 짓는다

허기진 배 채우기 위하여

밀짚모자 쓰고 힘겨운 들숨 날숨 토하신다

 

찬 바람 앙칼지게 부는 응달 골짜기

대비짝** 신고 허연 입김으로

찬 구들 덥히기 위하여

물거리* 한 짐 짊어지고 오신다

 

지금은 한 겨울 그곳에서

아버지는 숫돌로 무엇을 바라실까

한 둥지를 떠나

세 채로 살고 있는 자식들의 길 위에는

늘 튼실한 몸, 웃음 넉넉한 살이

 

바람[]을 베리는 숫돌 소리 가득할 거다

 

* 잡목의 우죽이나 굵지 않은 잔가지 따위와 같이 부러뜨려서 땔 수 있는 것

** 겨울에 싣는 작업화

 

* 시인

 

 

7. 객기客氣 - 낭송 김문기 / 박산 시

 

이제껏 살면서 부끄러웠던 게 한둘이 아니다.

 

열 살 때 한강철교 아래 모래사장에서 생조개 깨 먹다 배앓이를 했는데 급한 마음에 어린 녀석 객기로 한강 물속 들어 수영하는 척하며 여러 번에 걸쳐 실례를 했다.

 

중학교 때 골목 한옥집 사는 정말 예뻤던 숙이네, 숙이 책상을 들이는데 내겐 엄청 무거운 데도 혼자 들겠다고 개폼을 잡다가 며칠을 허리 아파 죽는 줄 알았다.

 

한 열아홉쯤 먹었을 때 홍씨네 골목에서 두 명의 동네 건달들과 1:2로 맞장뜨다 나도 몇 대 때리긴 했지만 머리와 가슴을 엄청 얻어맞아 그 통증을, 누군가에 터지고 다닌다 말하는 게 쪽팔려 혼자서 끙끙 앓으며 한 보름은 죽다 살았다.

 

종래가 시골에서 생활비 올라왔다고 서대문 뒷골목에서 시작한 술자리에서 소주를 한 일고여덟 병씩은 마셨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서대문 로터리 잎새 우거진 미루나무 아래였다. 코앞이 경찰서인데 통금 위반으로 용케 안 붙들려 갔고 종래는 책가방을 몽땅 잃어버렸다.

 

오은X이와 세실극장 연극을 보러 갔는데 옆자리 커플이 담배를 피웠다. 담배 연기에 은근 부아가 치밀어 그만 피우라 얼굴로 사인을 주었음에도 무시를 해서 객기부리며 나도 한 대 꼬나물었다, 오은X이가 허벅지 찔러 만류했음에도, 그러고는 오은X이와 헤어졌다.

 

능력도 안 되는 놈이 제 꼬라지를 모르고는, 잘 다니던 회사 사표를 쓰고 사업이랍시고 벌였다. 서른한 살에 쫄딱 망했음에도 데리고 있던 경리 여직원 결혼에 당시로는 큰돈인 냉장고를 사주었다, 친구고 누구고 봐줄 형편도 안 되는 깜냥이 제 분수를 몰랐던 능력 부족 장사꾼의 객기였다.

 

월급 많이 주는 일류회사를 다녔었지만, 사업 실패 후 호구지책으로 중소기업 입사를 해 보니 쥐꼬리만한 월급도 우스웠고 거기서 아웅다웅 승진 다투는 것도 꼴사나웠다. 다행히 별로 그들보다 잘난 거 하나 없음을 깨닫자마자 객기 죽이고 미치도록 치열하게 경쟁했다.

 

해외 영업 초기 까맣게 잊고 살던 영어를 하자니 그것도 필기도 아닌 언어를, 198788올림픽을 앞두고 다행히 서울 바닥에는 외국인이 많았다, 지하철 타면서 슬쩍 다가가 익스큐스미! 하고는 엉성한 발음을 영어랍시고 말 건네고, 출퇴근 왕복 3시간 내내 지하철에서 코리아 헤럴드를 끼고 살았다, 참고로 싱가포르에서 바이어와 미팅 중 영어를 못 알아들으니 너 여기 왜 왔니?”란 소리를 들었다, 영어는 객기로 되는 게 아니었다.

 

건설사 접대로 그 비싼 룸살롱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90년대 가오마담들 황태자 대접에 우쭐해서는 어깨에 뻥만 잔뜩 들어가서 온갖 개폼이란 개폼은 다 잡았다, 실은 수주에 중요한 Customer인 건설사들에 때론 비굴하기까지 했던 100% 이면서도 객기만 충만했다.

 

천성이 상명하복이 안 되니 상사의 지시에 건건이 자신의 의사를 꼬장꼬장 앞세워 조직에 부적응했지만 운이 좋아 나름 그 속에서도 직위를 올려가며 스무 해 가까이 버티었다.

 

아버지가 물려준 땅에 형제들끼리 사업이랍시고 벌였지만 남보다 못한 행태에 객기는커녕 인생이 허무해졌다.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순박한 척 꽃이나 자연을 들이대는 애초의 DNA를 찾는 건 적어도 내겐 가식이다, 그래도 누군가에 꾸질꾸질하게 굴지 않고 제멋에 겨워 글을 쓰는 게 나답다는 판단이지만 이젠 그 잘난 객기는 열 번도 더 철들 나이라 포기하기로 했다.

 

다 좋고

 

다 이해하고

 

다 사랑해야 한다

 

* 회사원, 글 쓰기 수업 중인 열혈 진흠모

 

 

8. 순간: 김화연

 

머물렀던 모든 순간이 꽃이길

머물렀던 자리마다 꽃이 피길 바라는

붉은 마음이 욕심이 아니길

 

삶은 꽃으로

살아온 길은 꽃밭으로

소나무 향 은은히 퍼지는 숲에

저녁 하늘 노을처럼 번져가길 바라는

향긋한 소망이 피톤치드 향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꿈은 현실의 날개를 달고

하루 안에 내려와 눈꽃처럼 날려

그리움으로 채색된 풍경 속을 향해

고독을 씹는 그림자 하나로 걸어갔으면...

 

* 시인 

 

 

9. 그대를 사랑해(Ich Liebe Dich): 김병모 노래 및 낭송/베토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듯이.

아침 햇살 속에서도,

깊어가는 저녁의 어둠 속에서도...

나는 늘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서로의 걱정을 마음으로 나누지 않았던 날이...

단 하루라도 있었을까요?

 

 

혼자라면 무거웠을 그 걱정들도

당신과 내가 함께였기에...

참 기쁘게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슬픔에 잠길 때면 당신은 내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고,

당신의 눈가에 눈물이 고일 때...

나 또한 당신과 함께 울었습니다.

 

 

그러니 내 생명의 유일한 기쁨인 당신에게...

하늘의 크나큰 축복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신께서 당신을 보호하시어...

언제까지나 내 곁에 머물게 해 주시길.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을...

영원히 지켜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 용인 사는, 악기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낭만가

 

 

 

10..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 김경영/시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한 짝 놓아 주었다

365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60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 진흠모/라인댄스 강사/낭송가

 

10. 明洞: 박 산

 

소음으로도 어깨 부딪치는 거리, 어묵 섞인 빨간 떡볶이가 異國의 혀에 들어 낯선 언어로 씹힌다, 중꾸어니뽄아메리칸에스파뇰프렌치.

 

빼곡히 늘어선 번뜩이는 쇼윈도 속 크거나 작은 키들이 마르고 살찐 풍경에 그린 그림, 검고 노랗게 색을 달리한 머리칼들이 파도처럼 뭉쳤다가 흩어진다.

 

떠 있는 별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잃었다, 유능한 통역사들과 고흐를 자청한 화가들이 왔다가 도망갔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여기는 밤 명동이다.

 

* 진흠모 이끎이/시인

 

 

$ 용문 거주 이덕수 님 새해 인사 대신 섬마을 선생님노래

$ 김중열 님 그림 증정 또뽑기(김병모 님 당첨)

$ 동해 거주 전흥안 님 이기철 시 삼동 편지낭송

$ 성주영 님 자작시 낭송 및 노래 돈 떼 보이

$ 이윤철 님 새해 인사, "진흠모 더 단합해서, 생자의 인사동 유지를 받들어 시를 열심히 읽자!" 

$ 유재호 시 노래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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