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의 끝에는

박산 2025. 10. 9. 10:41

창덕궁 낙선재(2025 10월)

 

 

= 사유(思惟)의 끝에는

나뭇잎 떨어지고 단풍 진들
북풍한설 몰아친들
내 알 바 없으니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해 잔뜩 걸린 세파에만 중독되어
세상 탓하며 산 게 바로 어제였는데

흰 수염 검버섯이 안면 주름을 파고드는 오늘
이제서야 내 인생에 핑계 없음으로
풍치전체(風馳電掣)의 세월을 깨닫고
습관되어 올려보는 허허로운 하늘에는
콩 볶듯 쫓기던 내 삶의 편린들을
뭉게뭉게 구름으로 꺼내어 아는 척이지만

정작 나는….
짐짓 시치미 뚝 떼는 딴청으로
새순 나고 꽃 필 제 또 몇 번일까
천지조화를 헤아리고 또 헤아리다

결국은
우주의 티끌 됨에 얼굴 붉힌 헛기침으로
오늘은 누굴 만나 막걸리를 마실까
이 생각이 들자 맘이 좀 놓인다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 중 

 

십 년 전만 해도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매일 소통하는 벗이 되었다. 평생 원단을 팔던 사업가, 一直만 알던 직업 군인, 영어만 가르치던 교수가.
서순라길 거리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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