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나름 -
여기저기 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이 사람 저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물구나무서서
“지구를 들었다!”
큰소리치는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하하! 함께 웃어주지는 못한다
자주 만나는 오랜 친구라고
꼭 유유상종은 아니다
놀러 가기, 술 마시기 같은 하찮은 일에도
다투기 일보 직전까지 간 적도 많다
어쩔 수 없이 얼굴 닮은 형제지간에도
다 제 잘난 맛에 다르긴 마찬가지다
세상은
셋만 모이면 의기투합
친목회 만들어 회비를 걷고
형님 동생 부르다
슬쩍슬쩍 뒷담화로 씹는 재미로 사는 거다
나는
이런 것들이 싫은 병에 걸렸다
여름 장마 끝난 날
뭉게구름이 그린 몽환적 수묵화와
화려한 단풍 그냥 보고 즐기면 되는데
그 몽환과 붉은 미소 속
죽어가는 자의 슬픔이나 생각하는
축제 속의 예비 문상객이다
그래 너 잘났다
애당초 고상하거나 고귀하지 않음 잘 아는
나 자신에게 욕지거릴 한 적도 있다
아직도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버겁게 느껴질 뿐이다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언어로
적잖은 이야기 나누며 살아오고 있다
저 사람이 그런다고
이 사람이 저런다고
그러고 저러고는 살지 못하겠다
물구나무서서
“지구를 들었다!"
이런 말은 정말 못하겠다
다 사람 나름이다
*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2020)》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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