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나름

박산 2025. 10. 2. 07:18

관곡지 허수아비(2025)

 

사람 나름 -

 

 

여기저기 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이 사람 저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물구나무서서

지구를 들었다!”

큰소리치는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하하! 함께 웃어주지는 못한다

 

자주 만나는 오랜 친구라고

꼭 유유상종은 아니다

놀러 가기, 술 마시기 같은 하찮은 일에도

다투기 일보 직전까지 간 적도 많다

 

어쩔 수 없이 얼굴 닮은 형제지간에도

다 제 잘난 맛에 다르긴 마찬가지다

세상은

셋만 모이면 의기투합

친목회 만들어 회비를 걷고

형님 동생 부르다

슬쩍슬쩍 뒷담화로 씹는 재미로 사는 거다

 

나는

이런 것들이 싫은 병에 걸렸다

 

여름 장마 끝난 날

뭉게구름이 그린 몽환적 수묵화와

화려한 단풍 그냥 보고 즐기면 되는데

그 몽환과 붉은 미소 속

죽어가는 자의 슬픔이나 생각하는

축제 속의 예비 문상객이다

그래 너 잘났다

애당초 고상하거나 고귀하지 않음 잘 아는

나 자신에게 욕지거릴 한 적도 있다

 

아직도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버겁게 느껴질 뿐이다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언어로

적잖은 이야기 나누며 살아오고 있다

 

저 사람이 그런다고

이 사람이 저런다고

그러고 저러고는 살지 못하겠다

물구나무서서

지구를 들었다!"

이런 말은 정말 못하겠다

 

다 사람 나름이다

 

 

*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2020)》 중

 

포루투 도우루 강변 와이너리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설동역을 지나며  (9) 2025.10.14
사유(思惟)의 끝에는  (9) 2025.10.09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7회 생자 추모 모꼬지  (7) 2025.09.22
내 아우  (8) 2025.09.16
천작(淺酌)  (10) 202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