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 모꼬지 진흠모 287 (2025.09. 26)〙
장소: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 6시 30분 시작합니다

-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7회는 9월 19일 소풍 떠나신 생자 이생진 시인 추모 모꼬지로 진행합니다. -
'블로그 게재된 사진은 지난 8월 29일 당신께서 인사동을 섬 '인사島'로 만드신, 마지막 나들이 모습을 주로 담았습니다.'

『생자 이생진 시인 진흠모 장례식』을 2025년 9월 20일 오후 5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진행: 박산

ㅡ 전국의 독자를 만나러 다니는 詩行에 스무 해 넘어 생자와 함께했던 생자의 제자이며 도반인 음유시인 현승엽의 기타 반주 소리로 진행 ㅡ
"이생진을 흠모하는 모꼬지 '진흠모' , 생자 이생진 선생님 장례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잘 갖추어진 격식이나 허례허식을 싫어하셨던 생자의 성향을 존경하여, 저도 스마트폰에 이리 순서를 적어 진행하겠습니다."

1. 일동 분향
2. 30년 넘어 생자를 따랐던 노희정 시인의 조사

3. 생자 詩로 맞는 생신 유월이나 송년 모꼬지에서는 항시 낭송되는
「인사島 시가연港」을 생자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제1의 전파 낭송가 한옥례 님이 낭독하겠습니다”
인사島 시가연港 - 박산
낭송: 한옥례
달〔月〕끄트머리 금요일
인사島 시가연港에서는
이생진 시인이
詩로 노櫓를 젓는데
김미희 낭송가의 첫 장단이 은은하고
낭송은 달콤하다
유재호 목청이 파도를 삼키고
현승엽의 뱃노래가 별을 뿌린다
시인의 활기찬 노 젓기 앞 소리에
박자 맞춰 어기여차! 우렁찬 뒷소리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첨버덩 첨벙 밤 배 인사島 시가연港 나가
셔블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닐다가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김경영이 춤을 추고
김수정 소리를 하고
이춘우 술 나르기 바빠지니
조철암 얼굴 붉어지고
이원옥 목소리는 점점 시가 되는데
김중열 술심이 시심으로 옮겨갈 때 즈음
용문 사는 선비 이덕수 눈은 시로 촉촉해지고 이윤철 헛소리에 웃음소리 높고 김명옥
김명중은 동영상으로 분주하다
김효수 이승희 김영희 김태경 이명해 박인화 곽성숙 한옥례 선경님 오경복까지
됐어!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모두가 술잔 높이 들어
됐어! 됐어!
현승엽 기타가 부서지듯 튕겨질 때
시인께서 빈센트 반 고흐를 모셔온다
“난 고흐를 할래요
고흐는 순간순간 하고 싶은 것이 많았어요
사이프러스를 보면 사이프러스를 그리고 싶고
술을 보면 술을 마시고 싶고
여자를 보면 여자를 안고 싶고
순간순간 하고 싶은 것이 많았어요"
…
별이 빛나는 밤
돈 매클린의 ‘빈센트’를 들으며
고흐를 하고 있어요"
starry starry night!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 여기서 왜 정읍사가 나오고 청산별곡이 나오고
어부사시사만 어울린다거나, 이런 논리적 전개는 하지말자
詩란 어차피 예부터 지금까지 기쁘거나 슬프거나 嬰處(영처)적인
순수의 근본 아니던가?
그냥 즐거우면 조수미 노래도 나오고 때론 나훈아도 이미자도 나오는 거 아닌지
우리 '진흠모', 이생진 시인께서 시 가지고 노시는 품새가 얼씨구 절씨구 어깨춤 들썩이며 추임새 한바탕!
이게 인사島 시가연港

3. “생자의 마지막 인사동 나들이
가장 가까운 길벗이었던
조철암 낭송가의 '이생진의 독백'을
생자 가시는 이 길에 함께 듣겠습니다”
이생진의 독백 – 박산 / 낭송 조철암
저는 스스로 자연産 시인이고
제 시도 자연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온상에서 길러진 화초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지요.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쳐 그 혹독한 가난에도 문학을 했습니다.
시를 썼습니다.
힘든 거야 어찌 말로 다 하겠습니까.
문학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다가
결국 고독을 찾기로 했고
고독의 질(質)이 으뜸인 ‘섬’을 찾아다니며
실컷 외로워 보자 했습니다.
저처럼 운명적으로 시와 예술에 빠진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다가
황진이 김삿갓(김병연)과 고흐를 불러내 오랜 대화를 하다가
대원각의 자야를 불러내 ‘내가 백석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시는 고독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좋아하거든요.
앞으로도 대화할 사람들이 많아요.
음악과 철학 시와의 만남 가령 니체와 바그너도….
제 고향은 바다가 가까운 서산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했고
일제강점기라 해양 훈련도 받았습니다.
16살 때 부친이 장티푸스로 돌아가시고
두 살짜리 막내를 비롯하여 5남매를 키워야 하는
우리 어머니는 살길이 막막했습니다.
그때부터 제 삶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꿈이나 가정이나 청춘 사랑 따위의 따뜻한 단어들이
시골 바닷가 소년에게서 일찌감치 사라졌지요.
교사가 되어서 시를 생각했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1955년 등사판을 밀어 제 첫 시집 『산토끼』를 출간했습니다.
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위하여
당시 제가 재직하던 「서산여고」에서 서울 「성남중학교」로 올라왔습니다.
서울에서 집 얻을 엄두도 못 내는 실정에서
학교 사택을 제공해 주었던 「성남중학교」에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보성중학」에서 명예퇴직을 한 1993년 저는 드디어 자유인에 더 가깝게 되었고
전쟁 중에 참전 군인으로 젊음을 보낸 제주도를 비롯한
회귀 본능으로 섬에 더 자주 가게 되었지요.
어릴 적부터 멀리 건너편에 바라보이던 섬들에 대한
끊임없는 궁금증을 시로 실현하기 위해….
아직도 찾아가고픈 섬이 많습니다.
새로운 섬이 아니라 이제까지 찾아다닌 섬 중에서
시 쓰기 좋은 섬을 자주 찾아가고 싶습니다.
그곳은 파도 소리를 들으며 시 쓰기 좋은 섬입니다.
만재도 우이도 여서도 손죽도 등입니다.
만재도 하면 우럭을 잡아 매운탕을 끓여주던 윤 氏 생각이 나고
우이도 하면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가지고 다니며 읽던 한 氏가 생각나고
여서도 하면 불행하게 생을 마친 김만옥 시인이 생각나고,
최근에는 저와 여러 섬 여행을 많이 다녔던 지리산 벗, 손대기 氏도 생각납니다.
옛날엔 동백꽃이 진하게 보였는데
이젠 자연 그대로 섬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섬 주인공 얼굴들이 보고 싶습니다.
가고 싶네요.
여든을 살았습니다
구십을 살았습니다
살아보니 80에 안 보이던 것들이 90에…,
이제야 보이기 시작합니다.
『인사島 진흠모』에서 미수 잔치도 했고
구순 잔치도 했는데
올 아흔일곱이 됐습니다
백수가 저만치 기다리고 있네요
박산이 말하는 이런 ‘작은 잔치’도
사실,,,
이제는,,,
싫지 않네요!
아직도 읽을 책이 많고
써야 할 시가 너무 많은데 말입니다
여러분들 많이 걸으세요!
부디 아흔을 넘어 사세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4. “생자의 대표 시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낭송 데뷔했던
『진흠모』 김경영 낭송가의 낭송으로 생자 마지막 가시는 길, 함께 듣겠습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 김경영 낭송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에도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필 거야
아침 여섯시
태양은 수 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이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성산포에서는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한다
그러다가도
해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 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든 파도에 귀를 찢기고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긴 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 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 자
눈을 감으면 보일 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 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 거다
5. 김기진 시인 조사

지난달 8월 29일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6회 역시, 이즘 항시 그렇듯이 생자께서는, 18번 '칠갑산' 노래를 부르시고는, 해공 이원옥 님이 생자를 모시는 차를 향해, 시가연을 나와 걷는 인사동 귀갓길, 섬 인사島는 이날따라 유난히 세찬 바람이 불고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아마 생자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사동 길을, 인사동은 그리 격한 아쉬움으로 이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아래 그때 진흠모 단톡방에 올린 박산 글 전문 참조).
다음 주 금요일(9월 26일) 287회 진흠모 모꼬지는 생자를 추모하는 모꼬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인사동tv』 김명중 피디의 『생자 추모 특집 동영상』으로 생자를 그리겠습니다.
현승엽 가수의, 생자가 그리 좋아하셔서, 시 담론 중간중간에 따라 읊으시던 ‘My Way’를 들으며 『진흠모 생자 이생진 시인 장례식』순서를 마치겠습니다,(진행자는 현승엽 가수의 슬픈 눈과 마주했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새벽 4시 30분 발인, 양재동 서울 추모공원을 거쳐 경춘공원 생자의 묘원까지
노희정 편부경 김소양 최린 조정제 정덕수 이원옥 김경영 김미희 조철암 현승엽 김명중 윤효순 선경님이 안장식 마지막 현장까지 함께 했습니다.

* 제주를 비롯 전국에서 장례에 참석해 주신 진흠모 및 독자 여러분들께 진흠모는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시 낭송 모꼬지-진흠모 286(2025. 08. 29.)
1. 고흐를 위한 퍼포먼스: 낭송 김미희/시 이생진
나는 지금 고흐를 할래요
고흐는 순간순간 하고 싶은 것이 많았어요
사이프러스를 보면 사이프러스를 그리고 싶고
까마귀를 보면 까마귀를 그리고 싶고
밀밭을 보면 밀밭을 그리고 싶고
술을 보면 술을 마시고 싶고
여자를 보면 여자를 안고 싶고
순간순간 하고 싶은 것이 많았어요
나는 지금 고흐를 할래요
아를에 있는 노란 집에 가서
노란 목도리를 하고
노란 해바라기를 그리며
술을 마실래요
그러다가 밤이 되면 노랗게 취한
별이 되고 싶어요
나는 지금 고흐를 하고 있어요
별이 빛나는 밤
돈 맥클린의 빈센트를 들으며
고흐를 하고 있어요
* 진흠모/시인/낭송가/편집인
2. 가을 바다: 낭송 류재호/시 이생진
산도 가을이지만
바다도 가을이다
가을 산은 풍요로워서 좋고
가을 바다는 쓸쓸해서 좋다
가을 산엔 떨어진 열매가 많고
가을 해변엔 버리고 간 쓰레기가 많다
아직 한 모금의 커피가 남아 있는
Let's be 캔 유효기한 2009, 10, 7. 10:51 f2
유효기한도 없이 혼자된 파란 슬리퍼
어느 구석에 남아 있을 너의 열기를 찾기 위해
나는 맨발로 걷는다
너를 찾는 동안 바닷가에 남은
발자국이 쓸쓸하다
시집 (우이도로 가야지)
* 진흠모/가수/낭송가
3. 찡긋: 김중열
풍만한 젖가슴을
드밀며 다가서는 여인
"나 어때?"
하며 윙크를 한다.
가을이 가니
고독하지 않느냐
묻는 듯 하더란만
올겨울 함께 지내면
어떠하냐
유혹을 한다면
넘어갈까? 너머 볼까?
선택의 갈림길
참 고민할 것도 많다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4. 경동시장에서: 조철암
한약재를 다루는 서울약령시와
여러 가지 먹거리 재료가
넘쳐나고
깨끗하게 정돈된 규모 큰 전통시장
인터넷 매체에 잦은 등장으로
장 보는 이들로 북적이며 활기찬 모습
가성비 좋은 노포에서
맛깔나는 메밀냉면과
담백한 수육을 안주로
시원하게 막걸리 한 잔
예전 경동극장을 개조한
별다방을 찾아가는 것도
경동시장에서의 재미 중 하나
넓은 공간이지만 사람들로 가득
어렵사리 잡은 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
*진흠모/시인/낭송가
5. 정인(情人): 성주영
꽃은
때를 알고
지고 핀다지만
내 마음 보낸들
님의 마음 여는 때를
알 수 없으니,,,
봄바람에
아프게 터지는 꽃봉오리처럼
그 바람에
아낙의 속살 타고
애간장 끓는 일은
매한가지
* 시인 화가

6. 인사島 모꼬지: 선경님
인사도가 노을빛에
물들어 기우는 밤
달빛에 마음 잃고 헤매어도
덩실덩실 춤사위 정겨워라
세종대왕 자진 납세
거리 악사 곡예가 현란하고
현을 타는 곡조에 울고 웃는
지난 날의 청춘들이여
한 달 묵운 희로애락
원 없이 풀어 헤치는 밤
안부가 궁굼하여 한 달
정 그리워 또 한 달
사랑 고파 다시 한 달
어제는 추억들이고
내일은 희망을 이어가는
인생 징검다리 진흠모
마지막 불금엔 인사도는
잠들지 않는다
*진흠모/시인/어린이집 원장
7. 1.1. 보리수를 노래하며: 박호남
- 빌헬름 뮬러의 시에 붙인 슈베르트의 연가곡 중에서
1
동녘 하늘로 눈부신 별들이 사라져가고
그대의 빛나는 눈동자에 그리움이 맺힐 때
철새들 날개 위로 사랑의 노래 울려 퍼지네
졸졸 흐르는 샘물을 따라 걸어가면
솔바람 꽃향기를 따라 길은 이어지고
잠들지 못하는 사랑의 꿈이 피어나네
성문 앞 우물곁에 서있는 보리수
그 그늘 아래 천 개의 바람을 기다리며
장벽은 무너지고 단꿈이 이루어지기를
2
서녘 산맥이 황금 고깔로 눈부시게 빛나고
그대의 다정한 마음에 그리움이 켜질 때
날개를 접은 안식의 노래가 울려 퍼지네
졸졸 흐르는 샘물을 따라 걸어가면
솔바람 꽃향기를 따라 길은 이어지고
잠들지 못하던 사랑의 꿈이 그리워지네
성문 앞 우물곁에 서있는 보리수
그 나무에 애타는 사랑의 말을 새기며
언제나 그대의 안식과 행복을 기도하네
*시인/평론가

8. 가을 바다: 낭송 김경영/시 황금찬
가을 바다는 깊고 넓다.
그 속에 수많은 기억들이 잠들어 있다
바람은 차갑고 투명하다
파도는 잔잔히 모래밭을 쓰다듬는다
저 먼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에는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바닷가에 남겨진 발자국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파도는 다시 밀려와
새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서늘한 가을 공기에 실려오는
낯선 노랫소리
그 소리는 기억 저편에 숨겨진
추억을 일깨운다
가을 바다는 말없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삶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이 모든것이 가을 바다에 녹아
영원히 머무른다
가을 바다는 깊고 넓다
그 속에 수많은 기억들이 잠들어 있다
*진흠모/낭송가/라인댄스 강사
9. 고사우제(Gosausee): 박산
유월 알프스 산자락을 촉촉이 적시는 비는
여름을 재촉하는 중입니다
깊은 숲 사이사이 굽이진 길
차장 밖을 연신 쫑긋대며 따라가다 만난
구름 산중에 포근히 안겨 있는 고사우제
물안개 가득 머금은 채
“어서 오라” 반깁니다
그녀의 은은한 미소에 홀린 듯
흠뻑 빠져버린 남정네는
거세진 빗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곡선의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숫가를 무작정 걷습니다
인적 없는 통나무집을 기웃거리다가
찰랑거리는 물소리에 평안을 얻는 순간 들리는
절벽 나무에 둥지 튼 새들의
반갑다는 환영의 노래와 몸짓들이
부산스럽지만 정겹습니다
물안개 호수 넘어 저만치
오두막 몇 채가 아스라이 보이는가 싶더니
산중턱을 감싸고 있던 구름들이
큰 인심 쓰듯 쉬익 비켜줘 떡하니
장엄한 산꼭대기의 하얀 만년설!
쿵! 쿵!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뛰는 심장 진정시키려 시선 내리니
길섶에 무더기무더기 피어난
노랗고 붉은 들꽃들이 흔들흔들
빗속에 그 영롱한 빛깔들을 더합니다
질퍽거리는 길바닥에 웅덩이가 생겨도
몇 날이고 지루해지거나 지칠 것 같지 않은
죽도록 아름다운 이 길을 그냥 걷고 싶습니다
* 고사우제: 오스트리아 알프스 자락 잘츠감마굿에 위치한 호수
* 진흠모 이끎이/시인

10. 生1: 이생진 (* 생자께서 인사동에서 마지막으로 읽은 시)
사노라면
웃음보다
울음이 많으니
참기 힘들면
詩를 쓰라
시로 태어난 서러움은
아무리
눈물을 뭉쳐놔도
아름다우니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 (1929~ )에서 이제는 (1929~2025)로 수정합니다.
전국에 있는, 성산포, 서산, 우이동 등지의 생자의 시비 역시 '2025'를 첨해야겠습니다.

添)
모꼬지 진행 이래 가장 적은 숫자의 분들이 참석하셨습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15년 전, 111회를 마치고‘순풍에 돛을 달고’로『진흠모』모꼬지 독립을 선언하던 날, 생자께서 “참석 인원이 적으면 어떡하지?” 넌지시 물으셔, 내가 대답 드렸던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선생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지금은 적어도 스무 명의 생자狂 독자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 이리 말씀드리니, 안도하시는 눈초리로 “글치, 뭐 스무 명 안 돼도 돼, 열 명 안 돼도 돼, 우리끼리 시 읽으면 되지! 시 읽는데 꼭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하는 건 아니니!”.
물론 무더위와 폭우까지 동반한 험하게 궂은 오늘 날씨 영향도 있었겠지요.
이제 생자를 오래 따르고 기억하려는 순수『진흠모』님들만의 모꼬지가 실현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286 모꼬지 생자 선생님 걸음걸이가 더 힘드신 날입니다.
모꼬지 후 귀갓길 여름 끝을 재촉하는 소낙비가 세차게 쏟아져 내립니다.
자동차로 모시는 解空 이원옥님의 차를 만나러 가는 인사동 사거리까지 가는, 불과 200여m의 여정이 오늘따라 참 길게도 느껴집니다, 생자 모꼬지 나들이를 솔선수범하는 定州 조철암님이 준비한 큰 우산 아래 팔을 꼭 잡으신 생자의 뒤를, ‘詩/歌/演’으로부터 배웅으로 따르는, 김경영 김정휴 김미희 이윤철 님 등이 폭우 속 생자와 함께 걸었습니다, 바람 부는 폭우는 우산 속을 사정없이 파고들어 생자의 옷을 적셨습니다, 아흔일곱 생자의 감기가 걱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자의 인사동 나들이가, 생자의 이 배웅이 그가 그토록 詩로 사랑하는「인사島」라는 시의 풍경이 생자와 좀 더 지속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바람 부는 폭우 속에서도, 286 모꼬지를 기억하려 스마트폰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날씨 탓에 잘 나오지는 못했습니다. 항시 그렇듯이 전국의『진흠모』님들께, 선생님 무사 귀가 후 기별 올리겠습니다.
* (위 글은 생자가 마지막 참석하신 2025년 8월 29일 286 모꼬지 후『진흠모』단톡방에 박산이 올렸던 글 전문입니다)
이 블로그 마무리에 붙이어,
“나 없어도 자네가 하면 되지!” 하셨던 생자의 말씀을 기억하여,
『진흠모』 모두는 생자의 시 정신과 철학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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