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 돌아가는 길 ㅡ
BMW인 나는
아침 지하철 가는 길을
두 시간 일찍 나가
아파트에 붙어있는
야트막한 산 숲길로 빙 돌아갑니다
단풍나무의 음전한 침묵에 동조하고
키 큰 밤나무에 친한 척 웃어 봅니다
그리고는
늘 푸른 저 소나무 앞 작은 바위에 앉아
가눌 수 없는 슬픔으로 넘쳐흐른 저 끈끈한 松津이
어느 바이올리니스트의 활에 꼭 엉겨 붙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비탈리의 ‘샤콘느 in G Minor’를
더 처절한 소리로 엉켜 내게 된 그 사연을
귀에 든 바람이 준 소식으로 듣는 중입니다
그러다가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리고
오늘 할 일과
내일 만나야 할 사람을 생각합니다
저만치 들리는 뻐꾸기 소리에
가빴던 숨은 안정되고
정신이 맑아지니
빙 돌아가는 길 발걸음은 더 가볍습니다
지나온 날들은
지름길만 죽어라 찾아다녔었는데…,
늦게 철이 들어
느림의 미학을 이리 익히는 중입니다
빙 돌아가는 길에서는
그간 에둘러 애먹였던 것들이
어깻죽지 아래 퇴화했던 상상의 날개로 살아나서
훨훨 날아가는 신비한 경험도 합니다
엊그제부터 정형외과 약을 복용 중임에도
이리 삐끗 저리 뚝 저리고 아팠는데
빙 돌아가는 길의 치유로
어깨가 시나브로 가벼워졌습니다
빙 돌아가는 길에는
안 보이던 게 보이고
잊고 살았던 것들이 나타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