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86' ◈
8월 29일 6시30분 매월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 286 모꼬지 낭송 예정자 ▶
김미희 류재호 김중열 조순일 조철암 성주영 선경님 박호남 김경영 박산 이생진


★ 시 낭송 모꼬지-진흠모 285(2025.07.25.) 이모저모 ★

1. 청포도: 낭송 김미희/시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던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진흠모/시인/낭송가/편집인

2. 우이도 돈목: 낭송 류재호/시 이생진
우이도 돈목에 와서
우이도 인심을 읽는다
손바닥만한 질경일 봐도
그 마을 인심 알 것 같다
1988년 같은 해
생긴 사람은 모두 서울 서울 하는데
왜 이곳 제비들은 서울에 안 갈까
68빌딩 눈부신 옥상에 집을 짓지 않고
돈목 마을 낮은 추녀 밑에 집을 짓고
빨랫줄에 앉아 무슨 수선들인가
행복이란 어디서나 마음 놓고 사는 것
무슨 공화국을 세워놨기에
제비들은 저렇게 즐거운 걸까
마을 사람들은 마당에 앉아 별을 보고
별들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다
나는 우이도 돈목 민박집 마루에앉아
22년 전에 쓴 시를 읽는다
그때에도 오늘처럼
별이 가득 차 있었고
풀벌레 소리 그득 했었다
시집 (섬마다 그리우이)
* 진흠모/가수/낭송가

3. 마지막 사랑: 김중열
20대 여늬 오월 어느 날 밤에 성기어진
덕수궁 돌담 길게 늘어져 있는
회색빛 그림자 한가닥이 여직에도
남겨 있어 흐놀려 흔들리고 있을까
우리는 덕수궁 돌담에서 광화문으로 그리고
늘어진 다리 마포대교 건너 영등포 여인숙
그 골목까지 말없이 무작정 거닐었건마는
그녀는 나에게 이별을 그리 쉽게 말하며
떠나갔던 이야기 또한 잊을 수가 없었지요
여직에도 피멍든 상처 위로 떠도는
이웃의 어느나라 공주였다 남겨 있는
사랑도 아닌 사랑했다는 이야기가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가끔은 요동치며 여름날 해변가 사금파리로
온 몸을 휘돌기를 통곡을 하며 울고 있건만
아내는 나에게 가끔이나 혹여에
애정결핍 아니냐 섭섭히 말하고는
눈섭 사이사이로 맺혀진 눈물방울에
지난 날의 나를 보여주던 사연들에
그때는 몰랐지만 오늘에는 알 것만 같았지요
말로만 사랑한다 떠들던 철없던 지난 날에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요란했던 이야기로
그 포장에 덧칠만 하였던 그런 추억 속에
이제와서 알게 된 팔순의 사랑이 돋았는가
진실일까 묻고 싶어도 물어볼 수 없었지만
오래전에 닫혀 있던 창문을 두드리는 메아리와
새벽 세시 창가에 잠시 머물고 있던
젊은 날 어질러진 핑크빛 바람이 조곤조곤
수다를 떠는 소리에 단꿈을 깨고는 하였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 또한 진실일까 하여
살아오며 못다한 사랑의 그림자들 불러내어
허공에 떠노니는 보라빛 물든 노래를 불러볼까
오늘도 또한 내일에도 아니 먼 훗날에도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 도리질 칠지라도
싫커정 춤을 추며 진탕질로 덧칠한 마지막 사랑
그 이야기 그 위로 뒹구를까 하여요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4. 2025년 7월: 조철암
7월 초부터 열대야로 시작된
고온다습 폭염과 장마의 협연
밖으로 나가면
한증막과 같은 열기
그래도 녹음이 우거진 수락산에 오르면
운무가 춤추는 장관을 만나고
노오란 망태버섯이 수줍게 반긴다
오랫동안 꽃이 피어 백일홍나무라 불리는
배롱나무도 7월이 한창이다
에어컨과 냉장고는 물론
선풍기마저 없던 시절
무더운 계절에 태어난
막내를 애지중지 키우신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를
되새기며 숙연해지는 7월
* 진흠모/시인/낭송가

5. 아내와 나 사이: 낭송 한옥례/시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6. 비 오는 날의 수행: 박하(영담 박호남)
장맛비가 하염없이 오시는 날
빗물이 북을 치듯 잎 새를 두드리는데
새들은 떡갈나무 사이로 숨바꼭질하며
인적이 끊긴 쉼터를 오가는 길손이 된다
작은 무당벌레마저 필사적으로 기어가다
물웅덩이에 빠져 죽어버린 고요 속에
제 깐에는 자연적 무심도인이라는데
빗발에 천둥치듯 모진 추억이 떠오른다
물안개가 천천히 피어오르며 나무를 휘감아
솔향기 꽃향기 모두 풀어낸 듯 향기로운데
지나온 길이 어째서 후회막심이란 말인지
얼핏 번개처럼 빼어든 칼날에 마음을 벤다
마음을 내면 쑥밭처럼 무성해지고
접으면 대나무처럼 쑤욱 빠진다거늘
아직도 사람의 탈에 속셈은 도적놈인지
눌러둔 미련들이 재빨리 문을 두드린다
몸을 풀어 부드럽게 마음도 흐르게 하고
대나무 검을 삼아 허공을 서 너 차례 베며
죽장에 삿갓 쓰고 천지를 방랑하는 나그네여
과거를 묻지 마라 설움도 비탄도 날려 보내련다
*시인/평론가

7. 신록: 낭송 김경영/서정주
어이 할 거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애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진흠모/낭송가/라인댄스 강사

8. 바라나시: 박산
살려고 왔다
죽으려고 왔다
소 개 염소 사람이 동등하다
빨래터 가트
목욕탕 가트
화장장 가트
갠지스강은 신이다
갠지스강은 신이 아니다
난 뭘 보려고 여길 왔는가?
매캐한 연기가 어느새 사라졌다
두 끼를 걸렀더니 배가 고팠다
添:
2000년 인도 출장 스케줄 마치고 홀로 다녀온 바라나시.
가트(강가 계단)에서 벌어지는 광경들
주검을 장작에 태우고
한편에서는 죄를 씻기 위해
강에 들어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고
소와 개가 헤엄치고
관광객을 태운 배가 떠다니고
지상의 골목골목에는
먹고 마시고 자기 위해 소란스럽고….
여기서 무슨 시가 써지겠고
그 시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지난한 삶의 한 귀퉁이에서
거기 바라나시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건 왜일까?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 중
* 진흠모 이끎이/시인

9. 그래: 이생진
그래 내가
돌담 위를 自由롭게 넘어가
바다를 보는
보리수나무 사이로
문섬과 범섬을 보는 것은
큰 사람을 찾으려 하거나
큰 인연을 求하려는 것은 아니고
바위에 몸을 부딪쳐
바람소리를 내는
그 바람의 넋을 보려는 것이지
안 봐도 그만이지만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 오랜만에 한계령의 정덕수 시인 참석해 시 「한계령」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 국악인 김명선 님의 진도 아리랑 공연이 있었습니다.

* 정익모(목동이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박윤실(교사) 김아리(교사) 님 등이 참석하셨습니다.
* 2025 『인사島』 작가 성주영 님의 자기 소개 및 『진흠모』에 대한 소회가 있었습니다.

* 소리꾼 이장학 님의 소리가 있었습니다.

* 유재호 현승엽 님의 공연으로 『진흠모』 285 모꼬지를 마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