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장에서 -
알고 보니 난 바람 부는 광장에 홀로 서 있었지
그렇다고 내 스승처럼
해삼 한 토막 소주 두 잔에 죽일 놈의 고독을 탓 할 일도 없었지
그렇다고 입 찢어지게 웃을 일은 있었나
그렇다고 조금 전까지 같이했던 이들에 진정 감사 했었나
그렇다고 각박한 세상살이 유독 툴툴거렸나
좁은 듯하고 복잡한 길만 골라 갔었지
온통 사람만 들끓는 도시는 옷 입고 든 목욕탕이었지
컴퓨터와 TV에 미친 내 뇌腦는 때론 즐겁다 비명이었지
결국 가식이고 자아조차 인식 못하는 기만에 더 슬프지
알고 보니 난 바람 부는 광장에 홀로 앉아 있었지
그렇다고 언젠가의 기억
이스탄불 하이얏트 호텔방 새벽
지진강도 7.5의 공포가 몰고 온
불안이 엄습한 것도 아니었지
그렇다고 놀아 달라 찾아 볼 사람 없는
고립은 더욱 아니었지
그렇다고 누군가에 미운털 박혀 얼굴 보아
천대받을 그럴 일 있나
그렇다고 내일 어찌 될 일 저질러
분초 다투어 도망가나
돈 없고 + 회사 작은이들 만 찾으니
그 고달픔이 같이 쓰리지
잘 엮어진 구조에 앉아 있는 이들이
내게는 공해인 줄 이제야 알았지
즐기고 섞여 돌보아 온 것들이
새삼 나와 깊은 연관이 없음을 느꼈지
결국 분열하지 못하는 나만의 세포는
홀로 늙어갈 수밖에 없음이지
알고 보니 난 바람 부는 광장에 구름만 찾고 있었지
* 시집 《노량진 극장》 중(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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