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박산 2025. 8. 10. 07:19

 

게리 번트(1957~ )

 

광장에서 -

 

알고 보니 난 바람 부는 광장에 홀로 서 있었지

 

그렇다고 내 스승처럼

해삼 한 토막 소주 두 잔에 죽일 놈의 고독을 탓 할 일도 없었지

그렇다고 입 찢어지게 웃을 일은 있었나

그렇다고 조금 전까지 같이했던 이들에 진정 감사 했었나

그렇다고 각박한 세상살이 유독 툴툴거렸나

 

좁은 듯하고 복잡한 길만 골라 갔었지

온통 사람만 들끓는 도시는 옷 입고 든 목욕탕이었지

컴퓨터와 TV에 미친 내 뇌는 때론 즐겁다 비명이었지

결국 가식이고 자아조차 인식 못하는 기만에 더 슬프지

 

알고 보니 난 바람 부는 광장에 홀로 앉아 있었지

 

그렇다고 언젠가의 기억

이스탄불 하이얏트 호텔방 새벽

지진강도 7.5의 공포가 몰고 온

불안이 엄습한 것도 아니었지

그렇다고 놀아 달라 찾아 볼 사람 없는

고립은 더욱 아니었지

그렇다고 누군가에 미운털 박혀 얼굴 보아

천대받을 그럴 일 있나

그렇다고 내일 어찌 될 일 저질러

분초 다투어 도망가나

 

돈 없고 + 회사 작은이들 만 찾으니

그 고달픔이 같이 쓰리지

잘 엮어진 구조에 앉아 있는 이들이

내게는 공해인 줄 이제야 알았지

즐기고 섞여 돌보아 온 것들이

새삼 나와 깊은 연관이 없음을 느꼈지

결국 분열하지 못하는 나만의 세포는

홀로 늙어갈 수밖에 없음이지

 

알고 보니 난 바람 부는 광장에 구름만 찾고 있었지  

 

 

 

* 시집 《노량진 극장》 중(2008)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86‘  (10) 2025.08.23
뒤듬바리  (14) 2025.08.17
풀뱀  (12) 2025.08.06
시 낭송 모꼬지 진흠모 285  (18) 2025.07.19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6)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