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스트 Solist

박산 2024. 1. 13. 08:12

 

'풍랑' 게리 번트(1957~ )

 

 

솔리스트 Solist -
 

지휘봉 따라하는 연주가 싫어 독립했다  

고독은 외로웠지만 집중을 주었다
  

이슬 한 방울 떨어지는 작은 소릴 내다가도

변덕 끓어 미친 듯 천둥소리 에너지를 소모했다

때론 물질을 향한 욕망에 힘겨워 울었다

부실한 악기 탓을 한 적도 있지만

결국 다 내 부족임을 잘 안다

난 솔리스트니까

 
그래도 누군가의 간섭이 없어 좋았다

 
말은 훨씬 줄었지만 제 흥에 겨운 맛에 종종 취했다

 
누군가 들어주는 이가 생겼다

감사에 대한 간단한 예의를 빼곤

그냥 인간에 대한 애증을 연주하려했다

 
태풍 바다 너울 파랑에 요동치는

쇠사슬에 묶여 정박 중인 어선인 양

삶이 힘겨워 지루하게 버둥거리는 곡들도

이 악물고 수평을 생각하며 인내했다

난 솔리스트니까  

 

 

*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2011)》 중

 

명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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