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목사님아!

박산 2022. 7. 29. 11:52

오랜 벗 임바울 목사와

 

 

얘, 목사님아! -

 

나이 일흔이 코앞인데

얘를 만나면 나도 얘가 됩니다 

 

얘가 LA에서 목사 은퇴했으니

반은 도사 꽈(?)로 여깁니다

 

그럼에도 얘를 만나면

열댓 살로 돌아가

! ! 심지어는 이시키! 소리도 슬금슬금 나옵니다 

 

시 쓴다는 얘인 내가

원로 목사님께 이러면 안 되는데

사실 쬐꼼 미안합니다

 

목회가 있다고 갑자기 서울 들어와

필동면옥 냉면이 너무 먹고 싶다 해서

남산자락에서 평양냉면에 만두를 먹는데

너무 급하게 후루룩 후루룩 체할 거처럼 먹어

도 높은 사람이....

얘 벗은 은근 걱정이 되어 

 

"얘야! 목사님아!

 좀 천천히 드셔라!

 누구 쫓아오는 이 없으니!

 같이 먹는 내가 불안해!" 

 

"아이고 미안!

 LA에는 이렇게

 슴슴한 맛 나는 냉면이 없어

 글구없이 자라 그런지

 아직도 먹는 게 급하고!" 

 

가난한 은퇴 목사가

냉면 만두에

광장시장 빈대떡 막걸리까지 다 삽니다

 

어쩌지? 내가 사야 하는데

예수님 알면 혼날 건데

 

얘 목사님아!

잘 먹었다!

 

3년 전 왔을 때는 걷는 게 신통치 않았었는데

동대문 남산 을지로 명동 청계천 광장시장

오늘은 16000보 넘어 너무 잘 걸어 

 

얘 목사님 이리 잘 걸으니 회춘했네!” 

 

칭찬을 좀 했더니 하시는 말씀이 

 

"이즘 은퇴로 시간이 남아 공(골프)을 자주 치잖아, 4시간 넘어 걷기 운동을 해서 그래!" 

 

이 시를 스마트폰으로 긁적이고 있는 지금

선글라스 끼고 지하철 경로석에 앉은 얘 목사님은

시차를 이기지 못하여 꾸벅꾸벅 조는 듯 하더니

금새 얕은 코까지 골며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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