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목사님아! -
나이 일흔이 코앞인데
얘를 만나면 나도 얘가 됩니다
얘가 LA에서 목사 은퇴했으니
반은 도사 꽈(?)로 여깁니다
그럼에도 얘를 만나면
열댓 살로 돌아가
야! 너! 심지어는 이시키! 소리도 슬금슬금 나옵니다
시 쓴다는 얘인 내가
원로 목사님께 이러면 안 되는데…
사실 쬐꼼 미안합니다
목회가 있다고 갑자기 서울 들어와
필동면옥 냉면이 너무 먹고 싶다 해서
남산자락에서 평양냉면에 만두를 먹는데
너무 급하게 후루룩 후루룩 체할 거처럼 먹어
糖도 높은 사람이....
얘 벗은 은근 걱정이 되어
"얘야! 목사님아!
좀 천천히 드셔라!
누구 쫓아오는 이 없으니!
같이 먹는 내가 불안해!"
"아이고 미안!
LA에는 이렇게
슴슴한 맛 나는 냉면이 없어
글구…없이 자라 그런지
아직도 먹는 게 급하고!"
가난한 은퇴 목사가
냉면 만두에
광장시장 빈대떡 막걸리까지 다 삽니다
어쩌지? 내가 사야 하는데…
예수님 알면 혼날 건데…
얘 목사님아!
잘 먹었다!
3년 전 왔을 때는 걷는 게 신통치 않았었는데
동대문 남산 을지로 명동 청계천 광장시장
오늘은 16000보 넘어 너무 잘 걸어
“얘 목사님 이리 잘 걸으니 회춘했네!”
칭찬을 좀 했더니 하시는 말씀이
"이즘 은퇴로 시간이 남아 공(골프)을 자주 치잖아, 4시간 넘어 걷기 운동을 해서 그래!"
이 시를 스마트폰으로 긁적이고 있는 지금
선글라스 끼고 지하철 경로석에 앉은 얘 목사님은
시차를 이기지 못하여 꾸벅꾸벅 조는 듯 하더니
금새 얕은 코까지 골며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