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살아가는 날

박산 2021. 9. 23. 11:06

'영동-상주 구수천 트레킹 중 반야사 문수전에서'

 

 

좋아서 살아가는

 

뭐뭐 생각하고 얘기하다

불쑥 뿔나는 일이 있어도

빨갛게 볶은 돼지불고기

지글지글 두부 부침에

막걸리 한 사발 마시면

언제 그랬었냐는 듯 시나브로 풀어져서

평생 날 짓누르고 있는 경제에

까짓 케인즈가 뭐고

아담 스미스가 뭔데... 중얼거리다가

해질녁 예쁘기만 한 붉은 노을 향해

까불지 말아라

낮술 한잔 찌그렸다

왜 꼽냐

잘 보면 나 괜찮은 놈 아닌가

이유 없이

일방 눈쌀 주정을 부리는 처지이지만

이런 날은

정말 좋아서 살아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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