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박산 2021. 8. 5. 08:44

< 'Prayer For 笑'> 김명옥 화가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 2011 우리글》

웃다 ㅡ

한강 다리 중간 즈음
노을이 붉게 타는 방향 난간을 잡고 
어떤 사내 하나가
큰소리로 웃고 있다
지나가는 차들이 힐금거렸다

택시 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 저런 꼴통 같으니 만만한 게 아래 흐르는 강물이니
  제 잘난 맛에 저러지 ”

트럭 탄 프로이드가 말했다
“ 그래 웃어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다리위서 저리 웃겠나 더 크게 웃어라 울지만 말고 ”

버스 탄 칸트가 말했다
“ 뭔가 생각지도 않은 대박이 터졌구만
  틀림없어 로또가 터졌어 ”

자가용 탄 베르그송이 말했다
“ 못 볼 걸 봤어 틀림없이 저 친구
  빚쟁이가 죽었나? ”

노을이 저물어 가는데도 사내는 계속 웃고 있다
웃다 그리고 웃다
웃다 그리고 웃다


* 웃음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적 ‘우월감’ 때문이라 했고
  프로이드는 긴장을 해소하고 싶어 웃는
‘해소론’을 주장했고
  칸트는 실체와 현실의 부조화 때문이라
‘부조화론’을 말했고
  베르그송은 순간적인 현실적응력 상실로 인한
‘사회론’때문이라 했다.
  지금의 우리 시대에도 많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프로이드와 칸트와 베르그송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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