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에 가다 ㅡ

박산 2017. 11. 2. 14:23


                                                                                  월미도에서


월미도에 가다 ㅡ 


바다가 보고 싶어 
1호선을 타고 끝까지 갔어요 

공중 바이킹에서는 
한 무리 異國 언어가 섞인 
날카로운 비명이 들리고 
알록달록 차려입은 간판들이 
혀를 낼름거리고 있네요 

바다를 만났어요 
21km의 긴 다리가 수평선입니다 

자동차를 가득 실은 
힘겨운 화물선을 
숨은 파도가 
먼 바다로 몰아내는 중입니다 

오랫동안 섬이었던 
바다 건너 땅에 
위풍당당 서 있는 고층아파트는 
다리가 앗아간 고독을 알 리 없지요 

바다만 보고 사는 섬이면 좋겠습니다 

볼 것 많은 도시는 
눈을 찌르거든요 

갈매기가 바다를 쪼다가
빈 부리로 휘익 나는 폼새가 
허탕 친 듯합니다 

두 시간 넘어 바다만 바라보았으니 
나야 이만하면 됐지요 
괜스레 갈매기에 미안한 마음입니다 

다시 1호선을 타야 할 시간입니다

 (2017 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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