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중, 2008』 「화엄사 4월, 새벽 이야기」 - - 화엄사 기상 호텔방 옆에서 잔 벗은 부처를 만나러 새벽 4시 방문 열어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나갔다 이불 속 눈만 감고 있는 나는 시詩를 만나려고 여명黎明을 기다렸다 부처를 만나는 시간이나 시를 만나는 시간이나 다 새벽이고 아침이다 나도 어서 일어나야지 - 새벽 새 소리 새벽어둠 발자국 죽여 조용히 지나는 내 소리가 시끄러운가 반기는 소리가 아니지 저 소리는 숲의 적막을 깨는 내가 미워 그럴 거야 시커먼 내 그림자도 무서워 그럴 거야 그렇다 한들 그리 시끄럽게 울지 마라 알고 보면 난 예순 넘은 너그러운 아저씨란다 - 화엄사 입구 개울가 붉은 벚꽃 붉은 늦벚꽃 몇 잎이 새벽 개울 흐르는 소리에 슬피 떨어진다 개울 깊은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