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소묘 ㅡ 종종 단골 해장국집 가는 시간은 일부러 손님 뜸한 아침 11시 전후다 대다수가 나 같은 혼밥이라 편하다 한 쉰 먹었을 얼룩얼룩한 작업복 차림의 사내가 세상 고민 혼자 다 뒤집어 쓴 표정으로 터덜터덜 들어와 앞 테이블 의자에 털썩 앉자마자 "아줌마, 후레쉬 한 병에 내장탕!" 김치 깍두기가 밑반찬으로 놓이기 무섭게 물컵에 콸콸 소주를 따라 바로 목을 넘긴다 한눈에 보아도 세상에 목이 바짝 마른 생명이다 정작 내장탕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소주병은 싹 비워졌다 또 한 병의 소주병 목을 거칠게 비튼다 아침, 해장국집, 혼술, 혼밥, 두꺼비 문득 지금 이 장면이 아련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1986년 겨울 아침 청진동 해장국집에서 내가 그랬으니까... (2021년 겨울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