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 ㅡ 늦저녁 노을 진 바닷가 파도 소리를 듣습니다 붉은 물감 흩뿌린 하늘이 바다의 푸른빛을 제 색으로 물들일 때 괜스레 흐르는 나그네 넋 놓은 눈물은 철썩철썩 불규칙 리듬으로 붉어져 떨굽니다 아!... 사는 게 결국 이런 거로구나! 찾기 어려웠던 퍼즐을 어쩌다가 맞춘 듯 실체 없는 철학 같은 무형의 논리로 깨달음의 경지에 자위합니다 차츰 어둠으로 더 검어지는 바위에 걸터앉아 우 우 응 응 순간의 자작곡을 허밍하는데 가뭇없던 자동차 먼빛으로 지나는 소리에 문득 돌아온 현실감에 진저리칩니다 태어났다고 그곳이 내 땅이 아니 듯 이곳 역시 잠시 점유하는 내 땅일뿐입니다 배낭에 든 비닐봉지 속 바나나를 꺼내 껍질을 벗기고 단팥빵과 캔맥주도 꺼내 바위 한 편에 상을 차림니다 어느샌가 사라진 노을 따라 나그네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