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흠모 이돈권 시인 3

무위無爲 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황금알) 2015》 무위無爲 Ⅰ 상자 안 등불 하나 켜 놓고 하나둘 셋 주어진 숫자로 하루 세 번 저린 발을 뻗고 딱 세 끼를 챙겨 먹으며 누군가의 이론을 신앙으로 품고 살다 갑자기 찾아온 태풍 같은 무지막지한 그런 것들에 부서진 상자 밖으로 튕겨 나왔다 어둠에 물체들이 손에 잡혔지만 처음엔 온통 두려움뿐이었고 빛을 찾는 이유가 막연했다 굳이 말하자면 무엇엔가의 의존이었다 시간이 물어다 준 여유가 무력한 한숨을 꾸짖기 시작했다 손과 발을 자꾸 움직였고 배가 고플 때마다 먹었다 이전에 경험 못 했던 이를테면 원초적 생명 같은 것들이 심장을 평안케 움직였고 독립된 사고가 상상력을 확대하니 창조 의지가 몰려 왔고 자유와 자율의 사전적 의미의 경계 따위는 무너졌다 이론이다 이념이다..

2022.01.21

타훼打毁(때려 부숨)

그림: 게리 번트(Gary Bunt, 1957~) 영국 켄트주 출신 화가, 시인. 음악 밴드 기타리스트, 건설현장 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 전전. 마약과 알코올 중독 등을 겪었다. 자기치료와 성찰의 ‘사색적 여정’을 그림으로 그린다 (from 진흠모 이돈권 시인). 시집 《'노량진 극장' 중' 우리글 2008》 타훼打毁(때려 부숨) - 순간의 분열이 가져온 파편은 이미 우주에 흩어졌다 눈치 없는 굼뜬 인간 몇몇이 때 늦은 회한에 손을 모아 다시 주우려 허우적거리지만 저 만치서 보고 있는 나는 팔짱 낀 채로 비웃고 있다 늦은 밤과 이른 새벽조차도 그들은 불만이다 밤이 늦어지는 건 낮에 불었던 바람 때문이라는 핑계지만 “흑심을 품고 미리 힘을 뺀 바로 네 잘못” 일 뿐이고 이른 새벽이 오는 까닭은 “너희가 일..

202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