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갈 마시기 ㅡ
30년 단골 청요릿집 신포동 진흥각에서
조순일 시인과 빼갈 마시기 약속으로
인천역 만나기로 한 12월 어느 날
갑작스레 몰아친 한파로
진흥각까지 20여 분 걷는 동안
볼때기가 좀 얼얼했지만,
‘찍 먹’으로 겉바속촉 탕수육을 씹으며
새우 오징어 전복이 어우러진 삼선짬뽕 국물에
50도 북경 고량주가 혀를 타고 목구멍을 넘는,
짜릿한 그 맛에 졸도 직전인데
다행히도
조순일 시인이 들려주는
고향 양평 화롯불 허우룩한 이야기 듣느라
두 병째에도 정신 줄 놓을 일은 없었다
술벗 하나 얻는 일은
우주 하나를 얻는 일인데
그 우주가 시를 쓰니
천만 년 가슴속 꽁꽁 쟁여두었던
시 한 수 탈고하는 일이다
* 조순일(1962~ ): 양평 출신, 국어 교사 정년(2025)
시집 『번잡한 몸 스스로 불사르고(2025 예서)』로 작품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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