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 모꼬지 진흠모 289

박산 2025. 11. 22. 07:22

시가연 생자의 자리는 항시 영혼이 앉아 계시다, 생자가 좋아하시던 어묵 한 사발이 놓였다

시 낭송 모꼬지 진흠모 289 (2025. 11. 28)

장소:종로구인사동길 52번지 인사 14

//(02)720 6264

 

630분 시작합니다

 

 

낭송 예정자:  김미희 유재호 조순일

                    조철암 선경님 박하 

                    이원옥 김경영 박산

                    

시 낭송 모꼬지 진흠모 288 (2025. 10. 31) 스케치

 

1. 엄마와 소: 낭송 김미희/시 이생진

 

여서도 17

 

소들은

네 마리 다섯 마리씩 그렇게 멍하니

바다를 보다가

사료를 지고 오는 할머니를 보면

어린애처럼 아주 어린애처럼 뛰어온다

 

억새밭을 지나 동백 숲길을

돌담 언덕을 지나 찔레꽃 논둑 건너

할머니가 오는 곳으로 뛰어온다

 

'엄마'

밥을 주는 이는 모두 엄마

 

'엄마'

이것은 한국어가 아니라

배고플 때 터져 나오는 생명의 언어다

 

(혼자 사는 어머니>(2001)

 

* 진흠모/시인/낭송가/편집인 

 

 

2. 아름다워: 낭송 류재호/시 이생진

 

아름다워

그들은 살기 위해 먹지만

먹는 것이 아름다워

내가 시 쓰는 갯가를 돌며

굴 따고

조개 캐고

미역 따고

일하는 것이 아름다워

하루 종일 철석거리는

파도소리처럼 아름다워

먹는 소리가 아름다워

먹고 사는 소리가 아름다워

굳이 시를 쓰지 않아도

그들은 시처럼 아름다워

 

시집 (우이도로 가야지)

 

* 진흠모/가수/낭송가

 

 

3. 시월의 여늬 사랑: 김중열

 

오색 바람이 불어온다

오색 치맛바람 더하여 댕겨 불어온다

 

속치마 치켜들어 낙엽들 모여들래

눈꽃 불러 옷고름 당겨 스며들래

 

고목에 서성이는 눈꽃 몽울 벙글래라

몰염치로 꿈을 꾸며 몸서리 치오를래

떠나간 꽃잎들이 다시금 피올래라

 

꿈속에 언약, 바람의 바람 품기를

눈꽃몽울 고목에게 눈치하기를

손길을 잡아달라는 눈꽃 봉오리 하나

칠색의 회오리로 바람불러 흔들려

절로 피어 저절로 피올래라

 

사랑이 무엇이냐 채 묻기 방금 전에

이런저런 헛사랑에 짜증나기 오래라며

고목에 마구 어리광 짓이련가

꽃잎자락 제쳐 흔들며 다그칠래라

 

답하기를

큰 사랑 보이더냐 곧추선 사랑 좇아

바람에 바람으로 회돌이쳐 보일래

 

피어진 꽃잎, 고목 하나

덧칠로 남겨진 회오리로

꽃니파리 품은들 어떨래라며

 

고목인들 사랑가 아니 부르련가

회오리 불러내어

사랑가 스무네폭 펼치겠다며

 

혼신으로 부르르 몸서리 친들

그 뉘가 무어라 할손.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4. 억새: 조순일

 

억새는

재잘재잘 조잘조잘 여름 냇물 지나듯이

첨벙첨벙 점벙점벙 자맥질하는 고니떼인양

윤슬 같은 햇살을

언걸* 없는 가을 하늘에

털어낸다

 

억새는

노을 속에 스며든 시간과

갓밝이*를 타고 오는

두려움을 잉태한

설레는 계절은

한 소쿠리의 소금 향기로

담아낸다

 

억새는

시린 다리를 구르며

곱은 손을 비비며

햇살과 소금 향기를

들겨울* 앞마당에

갈무리한다

 

*언걸: 다른 사람 때문에 공연히 당하는 피해나 고통.

*갓밝이: 날이 막 밝을 무렵.

*들겨울: 입동이 있는 시기인 초겨울.

 

* 시인

 

 

5. 완장: 조철암

 

지난여름 더위를 피해

찾아갔던 도서관에서

 

시골 저수지 감시원의 완장을 비유로

세상을 우회 비판하는 듯한

장편 소설 한 권을 읽었다

 

극심한 사투리와

과장된 비유법으로

읽는 속도는 더뎠다

 

학창 시절 순번으로 청소하는 주번 완장을 찼던 기억은 있지만

혹시 보이지 않는 완장을 차고

남들에게 갑질한 것으로 비추어진 적은 없었는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도 다져보는 시간이었다

 

*진흠모/시인/낭송가

 

 

6. 꽃씨: 낭송 선경님/황금찬

 

가을 꽃씨를 받아

종이에 접는다.

종이 속에 봄을 싸서

설합 속에 간직한다

 

눈이 쌓인 날

뜰을 쓸고

받아 두었던 꽃씨를 뿌려

 

들새들의 가슴에

황홀한 봄을

심는 것이다.

 

봄은

들새들의 가슴속에서

내일을 꿈꾸고 있다.

 

그 찬란한 봄이

싹트는 것을

볼 수 있을까.

 

꽃씨 속에

작은 소망을 심는다.

 

ㅡ 기울어 가는 계절에ㅡ.

*진흠모/시인/어린이집 원장

 

 

 

7. 가는 길: 이원옥

 

하늘나라 마차에 님이 타고 있다.

천천히 바퀴가 구르고

빗방울이 차창에 떨어진다.

추모공원 입구 차단기가 내려가고

베고니아 불꽃같은 기차가 지나간다.

플라타너스 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불꽃 속에서 누군가 앉아 있다.

 

한 생애가 사그라들기 위해선

60분이면 충분하다.

아직 따듯한 뼈가

철판에 담겨 나온다.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젊은 인부는 조심스럽게

한 줌의 산골을 항아리에 담는다.

저울로 잴 수 없는

무게 없는 것의 무게를 느끼는

상자에 담긴 이승의 마지막 자취

 

손주가 품에 안고 운구차에 탄다.

차단기가 천천히 올라가고

지금 막 이번 생을 건너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있었다.

*진흠모/시인/낭송가

 

 

8. . 生子, 李生珍 큰 시인: 전경배

- 홀로 소풍 떠나시던 날

 

이름 그대로 평생 큰 시인이셨다

1929년생이시니 96년을 사셨네

고향 서산에서 상경 후학을 가르치시다

한평생을 바다와 섬 찾아 시를 쓰시며

자연과 더불어 사시던 우리나라 대표 섬 시인

 

인사동 * 나무 동인회 시절

시 낭독하시다

제주 성산 마루 르게르 병 김영갑 시인 부음을 받고

김포공항으로 달려가시던 그때 모습이 떠 오른다

애처로워 하시며 보듬어 주시던 선한 목자

 

20여 년 전, 울릉도-독도 여행 때

룸메이트로 새벽잠에서 깨어 보니

선생님이 보이지 않아 걱정하였는데

화장실에 앉아 시를 쓰고 계셨다

배려하는 마음에 눈물이 났다.

 

어느 해 여름,

큰 시인 아호 <만재>따라 찾아간

흑산도 끝자락 만재도

일행 다섯 명과 큰 바위에 누어

쏟아지는 별 떼과 대화하며- 와인을 마시다

밤 깊도록 바다와 섬 노래를 부르던 그날이 그립다.

 

좋아하시던 캘리포니아 모건 포도주를

보내 드렸더니

제주에서 보리 빵 한 아름을 공수해 주셨다.

받으시면 못 참는 따뜻한 시인

 

홀로 가시던 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

- 전선생, 다음 등대섬 여행 갈 때

같이 가자던 약속은 이제 희망이 없구나.

 

평생을 아버지처럼 손 수발하던

성남 보성 수제자 3인방

박 산- 현승엽- 이윤철

그리고 인사동 詩歌演 가족들

이생진 시인 없는 세상 어찌 사시려나!

 

큰 시인의 걸작 <無名島>처럼

무명도에 혼자 사시려고 소풍 떠나시네.

 

2025919

故人이 되신

이생인 시인을 문상하고.

 

9. 어머님의 아리랑: 낭송 김경영/시 황금찬

  

함경북도 마천령 용솟골

집이 있었다

집이라해도 십분의 사는 집이었고

그 남은 육은 토굴이었다

 

어머님은 봄산에 올라

참꽃 진달래를 한자루 따다 놓고

아침과 정심을 대신하여

왕기에 꽃을 담아 주었다

입술이 푸르도록 먹어도 허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런날 어머님이

눈물로 부르던 조용한 아리랑

청천 하늘엔 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엔 가난도 많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넘어간다

 

산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무산자 누구냐 탄식 마라

부귀와 영화는 돌고 돈단다

박꽃이 젖고 있었다

구겨지며

어머님의 유산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진흠모/낭송가/라인댄스 강사

 

 

10. 행복: 박산 시/ 이윤철 낭송

 

축 처진 어깨로

술이 고픈 배를 움켜쥐고

까무룩한 도심의 밤을 품었다

 

별이 한강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파란 소주병들 붉은 와인 병들

불꽃 만발하여 둥둥 떠다녔다

 

소주 한 병 와인 한 병 건졌다

한 맛은 밥 씹는 기분이고

한 맛은 꽃 같다

 

갈증을 덜어낸 어깨로 달빛이 기대왔다

빛에 향긋한 여인의 젖내가 어릿어릿

강물 빛 반사된 은결로 살며시 안았다

 

아직 까무룩 밤은 저만치 있고

꺼내지 않은 술병들은 강물 속 둥둥 빛나고

빛을 꼭 품은 사내는 이제야 행복해졌다

 

* 시집 '노량진 극장' (2008,우리글)

 

* 진흠모 이끎이/시인

 

그날도 그냥 그렇게 앉았다, 이원옥씨 차가 곧 모시러 올 것처럼

 

'인사동tv 김명중 피디': 오늘 이생진 선생님 49재 묘소에 가서 '그리운바다 성산포' 시집 가져다 드리고 시 한 수 올리고 왔습니다. 생자 님은 여기에 '경춘도'라는 섬을 만드셨습니다. / 어제는 출장 촬영차 부안에 갔다가 오후에 매창공원에 들러 조선시대 3대 여류 시인으로 꼽히는 이매창 묘소에 참배했습니다. 이매창의 情人이자 시벗인 류희경 그리고 순수한 시벗 허균에게도 잔을 올렸습니다. 매창의 '梨花雨'를 낭독하다보니 2013. 11. 24. 이생진 선생님과 매창 묘소에 막걸리를 올리며 참배했던 기억을 떠올려 봤습니다. (운예)

 

2회 현승엽 콘서트

 

진흠모가 자랑하는 가수 음유시인 현승엽 콘서트가 인사동 내 마음의 풍경에서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특히 이번 콘서트는 생자 이생진 시인 추모 콘서트, 시인의 시와 노래로 채워졌습니다.

 

생자의 고향 서산에서 오신 박만진 시인 외, 부산의 진흠모이명해 님을 비롯해서, 편부경 김소양 임윤식 님, 열혈 진흠모윤효순 님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낭송과 김중열 유재호 허상 이윤철 김병모 님 등이 있었습니다

 

모든 기획과 진행은 열혈 『진흠모』이며 여울아라 대표 김중열 님이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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