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from 벗의 카톡)
옴니버스 스토리 Omnibus Story -
빌딩 숲에서
목구멍 넘어가는 자판기 커피 맛이
새삼스러이 정나미 뚝 떨어지는 순간
여길 빨리 떠나고 싶다
네 명이 둘러앉아 소주에 삼겹살을 먹는데
상추 물기 털어내며 씨팔조팔
어수선한 얘기 뻥 튀기듯 노가리만 푸는데
갑자기 고독하고 싶어 나왔다
어슴푸레한 저녁
높지 않은 산기슭 작은 바위
그 언저리 털썩 주저앉아
내려다보이는 도심 반짝이는 불꽃들에
이유 없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았다
조신했던 여자의 변덕이 죽 끓을 때
참고 또 참다가
인내의 한계는 여기다 하고
절교를 선언했다
눈 내리는 날
겨우 한두 사람 내려놓고 떠나는
간이역 기차 뒷모습이 너무 보고 싶어
그냥 역으로 갔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중에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쾌설快說 (0) | 2017.12.31 |
---|---|
인사동 시낭송 송년 모꼬지 진흠모 202 (0) | 2017.12.19 |
빛과 그림자 (0) | 2017.12.11 |
노량진 극장 (0) | 2017.12.04 |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01 (0) | 2017.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