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draw by 벗, 홍기탁 그가 전화를 했다 - 함박눈 내리는 날 그가 전화를 했다 약간은 탁하지만 익숙한 음성으로 여기 오대산이야 쪽 뻗은 느릅나무 숲 툭툭 몇 뭉치 눈이 떨어졌다 작은 움직거림 새들 은은한 동종 소리 시린 귀를 덮는 순간 그의 말이 다시 들렸다 온 지 좀 됐는데 종로 뒷골목 술집이 그립다 여기서 살까 왔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그리고 말이야 저 번에 갔던 그 집 매운탕… 눈보라가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바지춤 내려 흔들어 포물선 그어 시원하게 오줌 줄기 뿌리고는 통쾌한 마음에 풀썩 큰 대자로 누웠다 쉼 없이 쏟아 뿌려대는 하늘이 위대했다 흰 숲에서 들리는 꼼지락거리는 소리 눈동자 맑고 검은 고라니 한 마리 뒤뚱거리며 지나갔다 그의 말이 다시 들렸다 밤이 무서워 아니 싫어 겨울바람이 짜증나 그는 외로움을 하소연하는데 들은 척 만 척 난 이미 스마트폰*RF를 타고 거기 가 있다 점으로 다가온 황조롱이 한 마리가 무언가 입에 물고 숲으로 사라졌다 이후 그가 뭐라 했는지는 쌓인 눈에 덮여 안중에도 없었다 *RF : radio frequency 무선주파수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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