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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찬 시인(1918-2017)

박산 2017. 4. 11. 05:29

 

인사동 시낭송모꼬지 진흠모에서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신 황금찬 시인(左) 

 

황금찬 선생님을 기억하며 -

 

한 3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시가 흐르는 서울’ 파고다공원 시낭송 모꼬지.

가기 싫은 겨울이 투정을 부리는 이른 봄이라,

바람이 세차게 불고 눈 섞인 비까지 내려

몹시 추위를 느끼는 날씨임에도

지팡이를 꼭 짚으시고 앞자리를 꼿꼿이 지키고 계신 선생님께

혹여 감기 드실까 걱정되어

고개 푹 숙여 인사드리며 손을 잡고

“선생님 추우신데 어디 따뜻한 곳으로 가시지요?”

귓속말 드렸더니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항시 깍듯한 경어로 답하셨던 선생님,

높으신 연세에도 시 모꼬지라면 불원천리 참석하셔서

시를 얘기 하셨던 선생님.

 

 

자작시 '회초리' 낭송 중이신 황금찬 시인

 

평생 시를 써 오신 그의 작품 세계를

글자 몇 개의 나열로 표현하는 무리수는 차치하고라도,

항시 온화하게 사람을 대하실 때는

술술 읽히는 서정시처럼

목소리와 표정에 상대에게 안정감을 주는 성품을 지니신 분이었습니다.

 

이 거칠기만 한 분노의 시대에

나라의 어른 한 분을 잃었다는 슬픔이 앞섭니다.

 

시 같이 사시다 시처럼 날아가신 황금찬 선생님.

 

가장 가까이 한 동네 사시며

하루가 멀다고 자택 인근

막걸리집이나 산책길 혹은 찻집에서 조우하며 살아오신 이생진 시인께서는,

언젠가 인사동 모꼬지 진흠모 담론에서

황금찬 선생님에 대해 말씀하시길,

 

당신(이생진 시인)께서

충남 서산에서 시를 쓰기 위해 서울로 직장(교직)을 옮겨 상경한 것도,

지금의 도봉산 자락으로 이사를 한 것도

황금찬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

그와 지근거리에서 함께하며

시를 쓰고 싶어 한 일이라고 고백하실 만큼 그를 찬미하셨지요.

 

회초리 - 황금찬

 

회초리를 드시고

"종아리를 걷어라"

맞는 아이 보다

먼저 우시는 어머니

 

저희 인사동 시낭송모꼬지 진흠모에 오셔서

불편한 몸으로도 자분자분 위 시,

‘회초리’를 낭송하시며 담론을 주셨던 기억이 어제 같습니다.

백수에도 어머니의 회초리를 생각하시는 천상의 시인이셨습니다.

 

황금찬 이생진 윤준경 시인(빨간 블라우스), 황금찬 선생님의 애제자 김경영 님(한복) 박희진 시인(2015 작고: 모자 쓰신 분)이 함께한 모꼬지 진흠모  

 

선생님 하늘 소풍 가셔도 시 많이 쓰세요!

우리 모꼬지 선생님께서 아끼시는 제자 김경영 님을 비롯한

진흠모 동인 모두 이리 기원 드립니다.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