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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은 좀 괜찮을 줄 알았다 -

박산 2020. 1. 6. 10:30


                                                        '덕유찬경'(조승용 사진)


부자들은 좀 괜찮을 줄 알았다 -


나이가 좀 들더라도 살며 생활하는 게,

활짝 핀 꽃처럼 돈이 풍성한 부자들은

좀 괜찮을 줄 알았다


일흔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태리에서 샀다는 선글라스와

100만 원짜리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부자 A가 부러웠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좀 부럽긴하다


TV를 보다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멋진 남녀가 탱고를 추는 장면이 나오면

바로 아르헨티나 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갑자기 케밥이 먹고 싶다며 이스탄불로 날아가질 않나

우동을 좋아한다고 일본 우동 맛집을 제 집 드나들 듯 찾아다니며 먹는 것도 모자라서....

뭐, 언제부터 자기가 고전음악을 그리 좋아했는지는 몰라도

지난여름만 해도 클래식 여행으로 짤스부르크를 다녀왔다나


여행을 좋아하는 난

이런 비행기표 값 숙박비 걱정 없이 훌쩍 떠날 수 있는 여행 경제력이 가장 부럽다


종3 뒷골목 고깃집에서

나는 막걸리를 그는 소주를 마셨다

정확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億! 소리 나는 강남의 I 호텔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회원권은커녕 주차권도 없는 내게 염치없이 툴툴대며 하는 말이


''헬스장도 김새서 못가겠어!

 자슥들이 나이 제한을 해서 암암리에 60세 이상은 신규 회원으로 받질 않으니

 나 같은 오래된 꼰대 회원들은 다 외롭지, 근디 말이야 사실 호텔 측도 일맥 이해할만 하긴 해,

 아침부터 나와서 국수 한 그릇 먹고 목욕탕 헬스장 어슬렁대며 신문 보고 TV나 보고 죽치고 있으니

 젊은 회원들이 좋아하겠어? 물 흐리는 거지

 어떤 인간들은 점심 약속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죽 때리고 있다가

 저녁까지 해결하고 늦게까지 있다 가거든''


내가 모르는 부자들 세상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난 시간 때우느라 전전긍긍하지는 않는데....

글 쓰랴 읽으랴 걸으랴 나름 시장 국수집도 찾아 가서 먹고

이즘은 명태조림에 맛 들려 막걸리 반주로 낮술도 종종 마시는데.....

이런 면에서는 내가 부자 아닌가

가 보지 못한 자는 자기를 합리화하며 위안으로 사는 수밖에,

이리 논어 한 구절 찾아 읽으며;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다!"


飯蔬食飮水(반소식음수) 曲肱而枕之(곡굉이침지) 樂亦在其中矣(낙역재기중의)

不義而富且貴(불의이부차귀) 於我如浮雲(어아여부운)


아무래도 난 좀 모자란 사람인 모양이다,

세월이 어느 때인데....

나물 먹고 사는 얘기나 씨불이고 있으니....


오호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