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찬경'(조승용 사진)
부자들은 좀 괜찮을 줄 알았다 -
나이가 좀 들더라도 살며 생활하는 게,
활짝 핀 꽃처럼 돈이 풍성한 부자들은
좀 괜찮을 줄 알았다
일흔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태리에서 샀다는 선글라스와
100만 원짜리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부자 A가 부러웠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좀 부럽긴하다
TV를 보다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멋진 남녀가 탱고를 추는 장면이 나오면
바로 아르헨티나 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갑자기 케밥이 먹고 싶다며 이스탄불로 날아가질 않나
우동을 좋아한다고 일본 우동 맛집을 제 집 드나들 듯 찾아다니며 먹는 것도 모자라서....
뭐, 언제부터 자기가 고전음악을 그리 좋아했는지는 몰라도
지난여름만 해도 클래식 여행으로 짤스부르크를 다녀왔다나
여행을 좋아하는 난
이런 비행기표 값 숙박비 걱정 없이 훌쩍 떠날 수 있는 여행 경제력이 가장 부럽다
종3 뒷골목 고깃집에서
나는 막걸리를 그는 소주를 마셨다
정확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億! 소리 나는 강남의 I 호텔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회원권은커녕 주차권도 없는 내게 염치없이 툴툴대며 하는 말이
''헬스장도 김새서 못가겠어!
자슥들이 나이 제한을 해서 암암리에 60세 이상은 신규 회원으로 받질 않으니
나 같은 오래된 꼰대 회원들은 다 외롭지, 근디 말이야 사실 호텔 측도 일맥 이해할만 하긴 해,
아침부터 나와서 국수 한 그릇 먹고 목욕탕 헬스장 어슬렁대며 신문 보고 TV나 보고 죽치고 있으니
젊은 회원들이 좋아하겠어? 물 흐리는 거지
어떤 인간들은 점심 약속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죽 때리고 있다가
저녁까지 해결하고 늦게까지 있다 가거든''
내가 모르는 부자들 세상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난 시간 때우느라 전전긍긍하지는 않는데....
글 쓰랴 읽으랴 걸으랴 나름 시장 국수집도 찾아 가서 먹고
이즘은 명태조림에 맛 들려 막걸리 반주로 낮술도 종종 마시는데.....
이런 면에서는 내가 부자 아닌가
가 보지 못한 자는 자기를 합리화하며 위안으로 사는 수밖에,
이리 논어 한 구절 찾아 읽으며;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다!"
飯蔬食飮水(반소식음수) 曲肱而枕之(곡굉이침지) 樂亦在其中矣(낙역재기중의)
不義而富且貴(불의이부차귀) 於我如浮雲(어아여부운)
아무래도 난 좀 모자란 사람인 모양이다,
세월이 어느 때인데....
나물 먹고 사는 얘기나 씨불이고 있으니....
오호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