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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에서

박산 2019. 11. 11. 10:19





 낙산에서 - 


  으스름 저녁

  이끼 낀 성곽城郭 낙산을 오르다

  전립 쓰고 육모방망이 찬

  조선시대 포졸이 된 양

  털레털레 성벽 구멍에 코 벌렁 문 안 기웃거리다

  점잖게 휘영청 뜬 달은 본체만체

  야한 불바다 네온사인 사이사이

  불시에 사라진 조선 시대를 느낄 틈도 없이

  바람 타고 드는 온갖 고기 굽는 냄새에

  적막을 깬 입안 혀 감아 도는 갈증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이 급해졌다


  (박산 시집'무야의 푸른 샛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