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고스톱 쳐서 딴 게 아니다
아버지 전통이 준 외향적 관습과
스승 교육이 준 피지배적 규범을
그게 도덕과 학문의 전부인 줄만 알고
머리 터지게 진력으로 살다 생긴 갈등
앞을 가로막는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고
끝 간 데 없는 물질의 풍요를 갈망하며
자신이 내린 결론에 타협 없이 흥분하다가
끝 갈 데 없는 이기심이 가져 온 절망의 연속
용감하기만 한 젊은 피는 무덤을 몰랐다
폭풍 와류가 잠들 무렵에서야 슬며시 들어앉아
시치미 뚝 떼고 얼마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아침 거울 속 거친 피부와 주름으로
존재의 나약함을 깨치고서
만고의 물상이 다 그랬었고
그래오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로
이제야 조금씩 느껴져 보이게 하는 혜안
세월이 준 선물
이해하고 양보하고 보듬고 품고 지켜보며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하고 사랑하는
나잇값으로 치루는 미소가 마냥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