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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48

박산 2015. 7. 4. 10:33

                                                           

  

 

 

                                       국악과 양악을 넘나드는 작곡가 변규만님이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자작곡 '딸아, 아들아' 소금 연주 

                                       모꼬지 모인 모든 이들의 눈물이 흐르는 시간이었습니다

                                                 (all photo by 섬 여행 좋아하는 이승희님)

                                              

                                                                                                        

111+48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5월 30(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 시인 보다는 독자들이 꾸미는 모꼬지 입니다

 

  누구나 오셔서 듣고 낭송하실 수 있습니다 

 

 

1. 영춘화(迎春花) - 양숙

 

2. 달 섬을 찾아서 - 한호

 

3. 길 - 허진 낭송(김기림 시)

 

4. 꽃나무 - 김효수

 

5. 인생의 나락 - 유재호 낭송 (이생진 시)

 

6. 머리 자르던 날 - 김도웅

 

7.푸른 오월 - 김경영 낭송 (노천명 시)

 

8. 그리운 바다 성산포 - 김기진

 

9. 만행, 벗에게 - 박산

 

10. 고추잠자리 - 이생진 with 담론

 

  

 

 

 

                                                                        강화 육필문학관장 노희정 시인

 

                                            

111+47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스케치

 

4월 25(매달 마지막 금요일) 7  

 

 

 

 

                                                                             김도웅 시인

                                                                                   

 

 

1. 내가 사랑한 - 양숙

 

 

검든 희든

크건 작건

잘났든 못났든

부자건 가난하건

가리지 않는다

 

어디든

언제든

뭘 주든

많건 적건

타박하지 않는다

 

투루판이건 오이마콘이건

태평양이건

사하라건

히말라야건

불평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에 반했다

김씨 이씨 박씨 누구도 아닌

온 우주를 다 품은

요 조그만

 

꽃씨

 

 

 

2. 다시 한강을 생각하며 - 낭송/류성주 시/이재호

 

 

쓸쓸하고 혼자인 날은

아이야

강가으로 가 볼 일이다

거센 물줄기는 말고

이 물 맑은 소리나 따라가

쓸쓸하고 더욱 혼자인 날은

아이야

우리나라의 강마을이나 찾아가서

너희아버지

너희 아버지의 아버지

그 눈물겹던 첫사랑을

만나 볼 일이다

만나 볼 일이다

 

아이야 그때 네가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 강변의 사랑을 알기나 알지 몰라

그걸 몰라

 

제일로 슬픈 세상의

제일로 슬픈 나라에 태어나서

제일로 파란 많은

사랑하나 남기고 가는

강물의 내력을 만나기나 할지 몰라

 

거센 물줄기는 말고

이 물 맑은 소리나

구불구불 따라가서

산다는 것이 온통 그렇게

구불구불하다는 것도 알게는 될지

어떨지 몰라

 

강마을의 강 돌멩이 가지고도

잘 놀고 잘 자라는

강 돌멩이 같은 아이들을 또 만나서

아이야

너희들이 참 야물고 예쁜

강자갈을 이루고

온 강을 만든다면

 

내 사랑도 거기 흘러서

흰 물새 한 마리 키우게 될지

어떨지 몰라

아이야

너희들이 꿈에서 보는

큰 바다가 될는지

그걸 몰라

 

쓸쓸하고 더욱 모르겠는 날은

아이야

가벼운 물새 몇 마리 앞세우고

휘이훠이 강가으로 가 볼일이다

강가로 나아가서

거센 물줄기는 말고

흐르는 맑은 물소리나

귀담아 들을 일이다

오오래 바라볼 일이다

 

 

 

 

 

                                                                    모꼬지 대표 낭송가 김경영님

 

 

3. 세한도의 봄 - 김도웅

 

 

살속에 찬바람이 섞인 적 있다

 

그자국과 힘으로

허파에 내려앉고 있던

송이눈이 멈췄다

 

묵향의 고요한 파문을 따라

더욱 기약 없는 반백의 입술로

뒤엉킨 울음이 쏟아졌다

 

단단함 속에 싹이 터질듯

적막한 시간이 밀려나면서

옹골찬 피부와 뼈의 가름이 선명해 지는데

 

또다시 바람의 무리가

새들의 목청에 파고드는 순간

문득

남녘의 피리소리가 소스라 쳤다

 

울퉁불퉁한 허공의 껍데기 속에서

선비의 기지개가 꿈틀

 

 

 

4. 길 낭송/김기진 ,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저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저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여름이 가을이.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마음이 남아서

몸서리 쳤다

그런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재 난지를 모른다던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여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5. 울고 있어 - 김효수

 

 

눈을 비비며 창밖을 보니

잔뜩 서러운 얼굴을 하고

하늘이 눈물 흘리고 있어.

 

무슨 일 있었는지 몰라도

밤을 새워 한없이 울어도

눈물이 복받쳐 오르나 봐.

 

산에 창백한 얼굴을 묻고

눈물을 쏟는 하늘을 보니

왠지 위로해 주고 싶었어.

 

이제는 아득한 추억이 된

슬픔이 내게도 하나 있어

남의 일 같지가 않았거든.

 

그때는 죽을 것만 같았어.

멀어져 가는 사랑을 보다

지친 채 눈마저 충혈됐어.

 

남자라 남들 모르게 눈물

속으로 자꾸 삼키다 보니

가슴 깊은 물길도 있었어.

 

 

 

 

6. 홀아비김치 - 낭송/김경영 시/양숙

 

갇혀 살지 않았시유

매여 살지도 않었구유

온갖 자유를 만끽했지유

건들바람과도 어울렸고

나비의 유혹도 받았구먼유

당당하게 소나기도 맞았드랬시유

꽃비 맞을 때의 황홀함 모르실걸유?

심한 조갈후의 안개는 얼매나 고마운지

두말 허먼 잔소리지유

안 해 본 이가 어띃게 알겄시유?

농부의 진땀도 받아 먹었구먼유

고된 짐 부린 황소가 내갈긴

오줌의 시원한 맛!

검붉은 쇠지랑물의 단맛이란!

안 먹어본 이가 어띃게 안담유?

물론 아쉬움도 많지유 허지만

세상이 내 맴대로 되남유?

닥치는 대로 살었시유

자유로움으로유

자연스러움으로유

온몸이 들부드레허지유

도우없이도 개미를 가졌시유

거부허지 마서유

홀아비김치

 

* 홀아비김치 : 무나 배추 어느 한 가지 만으로 양념 없이 담은 김치.

* 들부드레하다 : 조금 연하게 들큼하다. (전라방언-달부대대하다)

* 개미 : 익은지나 묵은 김치에서 느껴지는 오묘하고 깊은 맛

* 쇠지랑물 : 외양간 뒤에 괸, 소의 오줌이 썩어서 검붉게 된 물. 거름으로 쓴다

 

 

 

 

                                                                  모꼬지 歌客 류재호님

 

7. 그 자리가 꽃자리 - 노희정

 

 

시작이다

봄바다 문 열었다

바람이 웃기 시작하니

꽃을 게워낸 땅도 웃는다

늦잠 자던 봄꽃들 다투어 옷을 입고

하늘이 열리기 전 웃음주머니부터 챙긴다

올 봄, 지상에 최고의 미소를 선사하려고

긴 겨울, 땅 속에서 기품 있는 희망 품고

2%로 부족했던 믿음 소망 사랑도 피었다

화르르 화르르

영등포 봄꽃 축제에

모두 오라

손잡고 함께 오라고

온 몸으로 뜨겁게

그리운 이름을 부른다

 

봄바다 문 연 자리

꽃이 남긴 흔적을 깔고

향기가 빚은 그늘에 앉아

지나간 시간을 되새김하고

건조한 현실을 끌어안고

촉촉한 미래를 꿈꾸면

그 자리가 꽃자리

그 자리가 꽃자리

 

 

 

 

8. 유산 - 낭송/유재호, /이생진

 

 

역사를 욕할 수 없는 나

조상을 저주할 수 없는 나

나도 남의 역사 남의 조상이 되고 보면

어디다 비석 하나 박을 수 없는 나

이제부터 유산을 만든다 쳐도

그것으로 내 송장이나 끌어 낼 수 있을까

남 보고는 큰 소리로

용기를 내라

아 천지여

대자연이여

영원이여

희망이여

무엇 때문에 이런 큰 소리를 쳤을까

그것으로 얻어 온 박수

그것으로 얻어 온 기념패

박수는 그날로 없어지고

기념패는 이사갈 때마다

짐이 되는구나

 

시집<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9. 신세身勢 -박산

 

 

밀림 떠난 지 오랜 늙은 호랑이가 동물원 우리에서 주는 먹이나 먹고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어슬렁어슬렁하다 우리 밖 사람 구경이나 하려 한 귀퉁이 찾아 앉았더니 껌뻑껌뻑 졸음에 솔솔 하품이 터져 아함! 했는데 화난 줄 아는 사람들 미간이 찌그러지고 칭얼대던 아이는 잔뜩 겁먹어 손에 쥔 아이스크림이 뚝뚝 떨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리 쭉 펴고 고개를 푹 묻어 눈 감고 낮잠이나 한숨 자려는데 어디선가 날아 온 주먹만한 돌멩이 하나가 머리통을 탁 쥐어박는다 이번엔 정말 성질이 나서 어흥! 하고 우리 밖을 내다보니 열댓 살 먹은 사내 녀석 몇이 재미있어 헤헤 떠들며 히죽거리고들 있다 저것들을 그냥 한입에 삼켜버릴까 사냥 본능으로 어흥! 하는 순간 그들이 다시 던지려는 몸짓에 야홍! 고양이 울음소리 기가 죽어 움칠거렸다

 

 

 

10. 하늘에 있는 섬 만재도 - 이승희 낭송 (이생진 시)

 

    

 

 

                                                                            담론 중이신 이생진 시인

 

11.

 

위로하기 위하여 이생진

-다시 다랑쉬굴 앞에서 2

 

 

시를 쓰는 일 이외에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시와 더불어 울고 웃는 일

남들이 저지른 죄를 찾아 사죄하는 일

바보처럼 엎드려 절하는 일

때리면 맞는 일

 

11년 전에 하고 싶었던 진혼 퍼포먼스를

오늘 다랑쉬굴 앞에서 할 수 있어 다행이다

팽나무에 흰 무명천으로 그들의 날개를 달고

소지를 태워 가고 싶은 데로 가라는 축원

꽃과 떡과 술과 귤을 진설하고

정성껏 쓴 시를 읽으며 떠도는 영혼을 달래는 일

마치 내가 저지른 죄를 사죄하듯

떠나던 날’*을 노래하고

이어도 사나’**를 기타에 맞춰 부르고

나는 건을 쓰고 머리 숙여 눈물로 사죄한다

 

시인은 시를 쓰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한 셈인데

현장에서 소리 내어 읽는 이유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가슴을 풀자는 것

 

가슴에서 풋내가 난다

가슴에서 보리피리 소리가 난다

가슴에서 따뜻한 찔레꽃 향기가 난다

                 

 

이생진 시인 담론 -

 

세월호 사태에 대한 생명의 소중함을 긴 시간 언급하셨습니다.

사고지점에 있는 섬 동거차도 서고차도 맹골도의 거친 파도 얘기와

그 당시 사람이 살지 않았던 섬에는 간첩 잡자는 현상금 구호와

초전박살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단 말씀과 함께 지금의 어린 생명이

바다에 있는 데, 시를 쓰고 말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날들이라는 고백이

있으셨고 낭송 이후 2부 순서는 즐거운 음악을 줄이고 마이크 끄고 진행하자

하셨습니다.

 

* 김경영님의 추모시와 유재호님의 추모 노래가 있었습니다.

 

* 세월호 사태로 인한 모두의 근심 어린 답답한 심정의 모꼬지였습니다. 

 

   감성이 넘치는 변규만 작곡가의 눈물 섞인 감성의 토로와 함께 

 

   눈시울 붉어지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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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축하 케이크 앞에 앉으신 천진난만한 표정의 이생진 시인(성산포 게스트하우스 시드에서) - 사진 by 허영숙 

 (2014/05/10)

 

어머니의 숨비소리(우리글) - 이생진 시인의 35번 째 시집 출간 

 

제주 4.3의 아픔을 노래한 시집입니다. 

 

항시 그렇듯이 거창한 출판기념회를 열어 흰봉투를 받지 않습니다. 

 

제주의 비극적 사건에 공감해 자비로 동대문시장에서 손수 천을 구입하여 

 

恨의 휘장을 치시고 막걸리 한 사발로 詩祭를 십 수년 째 올리시고 그 앞에서 

 

시를 읽습니다. 

 

이제는 시인을 따르는 몇 몇 분들이 제주에서, 서울에서 동참해 시인께서 

 

홀로 다랑쉬굴을 찾아 시제를 지내던 고독을 덜었습니다. 

 

 

 

 

                                              '위로하기 위하여' 밤새 직접 쓰신 詩祭의 발문을 읽으시는 이생진 시인         

 

이제는 다랑쉬 굴이 유적지 화되어 차가 들어 갈수 있는 도로와 작은 주차장이 있어 찾아가

 

기가 쉬워졌습니다.

 

이날 행사는 이생진 시인의 이어도 사나에 노래하는 음유시인 현승엽의 반주와 노래

 

김경영님의 즉석 한풀이 춤이 이어졌고 이윤철 고현심 박인화님의 시낭송이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홍기표 구좌문학회장께서 집으로 초대해 주셔서 좋은 음식과 좋은 술로 시를

 

얘기했습니다. 홍기표 회장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게스트하우스 작은 방에서 양숙 김경영 두 분이 마련한 작은 케이크를 놓고 조촐한 출간 파티를 했습니다

 

월요일 출근 일정 임에도 불구하고  구하기 어려운 주말 비행기 표를 구해 24시간 체류로 만족하고 올라가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림은 화가의 성 행위이고

 

환상은 시인의 성행위이야

 

그들은 항상 그런 행위를 염두에 두고 일하지

 

 

시집 어머니 숨비소리’  다랑쉬 오름의 비가 3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