樹下夢(김명옥 화가)
들꽃-
목적을 상실한 인간 하나
광야로 나와 길을 잃었다
이름 모를 손톱만한 보랏빛 들꽃 한 송이에
취한 듯 코 박아 수작을 걸었다
어디서 본 듯하다
우리 언제 만난 적 있었지
보아주는 이 없던 들꽃
이 느끼한 음성에도
이 때다 지겨운 고독을 팔려한다
그 거래가 성사 될 즈음
얼굴 못난 소슬 바람은
결국 사랑을 싣고 왔다
신바람 난 꽃은 흔들거려 노래하고
고개 박은 인간은 그제야 옅은 미소를 흘린다
찰나의 기쁨은 생의 목적을 다시 잉태했다
꽃은 더 아름답고 인간은 광야에서 허릴 폈다
(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