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凝視' (그림: 이광무 화백)
바람의 허업虛業-
바람이 몰고 다니던 재물을
촘촘한 그물망 덫 놓아 빼앗았다
집 한 채 장만하니
밥술이나 먹나 싶어
술잔 채워 웃는 척 마셨는데
몇 잔이나 마셨을까
태평세월을 시기한 바람이
큼직한 갈고리 몇 개로
집도 술도 콕콕 찍어 날려 보냈다
바람의 복수!
놀라거나 호들갑 떨 일은 결코 아니었다
그래봤자 본전치기라 생각한 나는
나이 듦을 핑계로
더 이상 덫 놓는 일을 포기했다
팔랑거리는 날개를 세 개나 달고
바람 타고 날아가는 가오리연이 되었다
바람이 연줄을 끊어주리라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