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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28

박산 2020. 2. 20. 12:33



                                    박형섭의 대금 연주 (모든 사진: 조재형 사진 작가)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送年 228번째 2020 2월 28(매월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도장낙관 어사프, 통큰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2월 모꼬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쉽니다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送年 227번째 2020 1월 31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스케치


1. 경자야: 양숙


흰말채나무 심은 적 없고 가까이 자라는 곳도 없다

잘 꼰 가죽끈은 언감생심 말 두 마리가 끄는 것도 아니고

네 마리가 끄는 것은 더더욱 아닌데 축(hub)을 살짝 구부려 버릴까?

비녀장(linchpin)을 빼버릴까?

도대체 무엇이 이리도 잘 끌고 가는 걸까!

庚자야 천천히 가자 좀 살살 가보자고

뛰지 말고 걸으라니까

賢자랑 愚자랑 같이 가자구나


*2020년 새해맞이 법석댔는데 그새 달력이 한 장 뜯겼다!

* 진흠모 편집인/ 시인/ 인사동TV 운영위원

* email: 55yasoo@hanmail.net


2. 나무: 김효수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날에 나무는 여린 새싹을 출산해 대지 벌겋게 달구는 여름까지 잎새마다 푸르게 키운다

서늘한 가을에는 하나하나 아름다운 옷을 입혀 보내고 눈보라 매서운 겨울이 걱정되는지 홀로 하늘 바라보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간절하게 기도를 드린다 사랑스러운 내 새끼들아 어디에 가든지 견디며 살아라

세월도 모르게 속으로 삼켜가며 나무는 기도를 드린다 눈이 쏟아지고 바람에 휘청이어도 자리를 옮기지 않고

만만치 않은 세상에 자식들 행복하게 살길 기도드린다


* 진흠모/ 시인


3. 할머니의 흰 고무신: 낭송 김미희 / 시 김수정


오래 누워계시던 할머니가

어느 날 문득 기침하시더니

당신의 흰 고무신을 닦아 놓으라하셨다


여섯 달 동안 주인을 담지 못한 할머니 신발을 들고

지푸라기 몇 올 뽑아 샘으로 갔다


신발 양 옆구리 코언저리를 빨래판 위에 놓고 박박 문질렀다

하얀 눈물이 흘렀다


댓돌에 놓인 신발을 신고 한 발 한 발 토방 아래로 내려가셨다


그날 집을 한 바퀴 도는데 할머니 일평생이 지나갔다


뒤란 장독대에서 숨찬 발길을 오랫동안 멈추셨다


살구나무 꽃그늘 아래서는 가쁜 숨이 옅어졌고

안산에서는 까마귀가 징상맞게 울어대더니

댓돌 위의 흰 고무신도 할머니를 따라갔다


* 진흠모/ 국악인/ 시인


4. 그림: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아무 것이나 아무렇게나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림에서 소리가 나야 하고

그림에서 냄새가 나야 하고

그림에서 무지개가 떠야 하고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야 하고

가버린 사람을 돌아오게 해야 하고

모두 말없는 고독에서 나온 그림이다


-시집 <개미>

* 진흠모 가수/ 낭송가


5. 선물 하나: 김중열


국문과 출신이라는 그녀 시를 논한다. 침을 튀기며! 너가요 시가 무시기인 줄 알기나 히여??? 그녀는 젊다고 한다 귀밑에 서리 태가 쑥대머리 끝으로 언제부터 여전히 매달려온 나 또한 지금 젊다고 우기고 있다 그녀에게 멋들어진 포장으로 선물 할까보다 그 안에 한여름 일주일째 신었던 냄새 고약한 양말 한 쪽 그리고 서리털 몇 가닥 고이 접어서.... 그녀! 인사말에 따라서 만날지 아닐지....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6. 지적삼각점: 이돈권


오늘 아침 산길에 지적삼각점을 보았습니다

지적삼각점*이 꽂혀 있는 이 땅이 서초구 땅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러면 서울시 땅에도 속한다는 거,

당연히 대한민국 영토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당신이여, 당신은 혹시 모르고 계시는 건 아니겠지요

그동안 그대 마음밭에 꽂아 놓은 숱하게 많은 내 마음의 지적삼각점을

그래서 당신 마음은 이미 내 영토에 고이 속해 있고

나는 내 영토인 당신 마음밭을 날마다 거닐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삼각점(地籍三角點):지적 측량의 중요한 기준점. 전 국토에 걸쳐 1-5km 간격으로 있음.

* 진흠모/ 시인/ 사업가


7.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 김미희 조철암/ 시 이생진


아침 여섯 시 어느 동쪽에서도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필 거야 ​아침 여섯 시 태양은 수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나를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 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를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도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지 않아 ​서로 떨어질 수 없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구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 진흠모/ 낭송가/ 시인





8. 밑가지: 노희정 / 대금 박형석 합주 


  하나뿐인 이유 넌 날 만나기 위해 왔고

  쉽지 않은 선택 갈등의 등선을 넘어 먼 길 돌아

  남은 생 꽃피고 싶어 넌 내게 밑가지로 온 거야


* 진흠모/ 시인/ 육필문학관 관장


9. 어머님의 아리랑: 낭송 김경영/ 시 황금찬


함경북도 마천령, 용솟골 집이 있었다 집이라 해도 십분의 4는 집을 닮고 그 남은 6은 토굴이었다 어머님은 봄 산에 올라 참꽃(진달래)를 한자루 따다 놓고 아침과 점심을 대신하여 왕기에 꽃을 담아 주었다 입술이 푸르도록 꽃을 먹어도 허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런날에 어머님이 눈물로 부르던 조용한 아리랑 청천 하늘엔 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엔 가난도 많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 산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울고 무산자 누구냐 탄식 말라 부귀와 영화는 돌고 돈다네 박꽃이 젖고 있다 구겨지며 어머님의 유산 아리랑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0. 사랑 그대로의 사랑: 한옥례 오경복 낭송 / 시 도종환



11. 바람 불어 우울한 날에: 박산


예쁜 포장지 속 초콜릿 꺼내 입에 물고는

가장 편한 자세로 엎드려

스마트폰 대화방을 뒤적거리다가

주고받았던 그 많던 얘기 중

유독 그제 밤 네게 보냈던. . . . .

내 문장의 평이함이 주는 안온함과

사르르 기대고픈 너의 답변에 취해

손깍지 위로 올리고 발 바짝 오므려

천장 보고 온몸을 쭉 펴는

'一字' 의 짜릿한 오르가슴!


ㅡ 모두 다 너 때문에 행복했던 시간에 감사


ㅡ 무슨 소리야 너 때문에 내가 더 행복


비까지 가세한 바람이 어느새 우울을 데려갔다


달콤한 초콜릿을 하나 더 입에 넣었다


* 진흠모 이끎이/ 시인/ 자유 기고가/ 인사동TV 방송주간






12. 모딜리아니: 이생진 -위트릴로


모딜리아니, 난 엄마 때문에 그림 그리지 하지만

그림은 맹물이야 술잔을 채워야 해

제발 한 잔만 더 한 잔만 더

남들은 날 보고 제 애비도 모르는 놈이라 손가락질 하는데

내 엄마는 분명한 내 엄마야

그러지 말고 한 잔만 더 한 잔만 더

엄마가 계속 서커스에 매달렸다면

내 몸에서 말똥냄새가 날텐데

그림냄새가 나는 건 엄마 덕이야

자네야 얼굴만 팔아도 술값이 되지만

내 그림은 술값이 되지 않아

한 잔만 더 한 잔만 더


*모딜리아니(1884~1920) 36세

*위트릴로(1883~1955) 72세


* (1929~ ) 떠돌이 시인


담론: 모딜리아니와 위트릴로의 불행했던 삶에 비춘 그림 이야기를 시론하셨다.


* 박형석의 대금, 유재호의 시 노래와 현승엽과 함께하는 이생진 시인의 퍼포먼스로 2020년 첫 모꼬지를 시작했습니다.


* 우한폐렴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열혈 동인들께서는 참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