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천마산 정상에서 본 가운데 연필심 같이 보이는) Photo by 권영모
개소리 박박
빌어먹을 세상 결국 나를 버린다고
소주병 양손 틀어쥐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병나발 흔들어 마셔가며
씨발씨발 외쳐 본적이 있는지요
돈 못 벌어들인 제 잘못에 겨워
고분거리는 처자식이
떨어지지 않은 찰거머리 인양 밀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른 적이 있으신지요
강변 한 구석 소용돌이 심한 곳
휘몰이 치는 바로 그 곳이
내 생의 마지막 ‘퐁당 곳’ 이라
신발 벗으려한 적이 있는지요
그러다가도 스스로 ‘오기 있다’ 채찍질로
배짱 잔뜩 키워 아무도 없는 산골짜기 한 귀퉁이
인적 드문 곳에 홀로 들어
“개 같은 세상아 나 좀 한 번만 봐주라!”
소리 질러 애원한 적이 있는지요
그리 한 번 봐 준 그 세상에
없던 웃음 짓자니 비웃음이 되고
안 하던 짓 고개 숙이자니 비위가 틀려
내장이 병들어 썩어 문드러지고
슬금슬금 전이된 야비한 타성에
문득문득 겁을 집어 먹은 적이 있는지요
욕을 씨부린 적도
누군가를 학대해 본적도
절망 해본 적도
다 내 일이 아니었던 양
그냥 지금의 평안으로 위장 한 적도 있는지요
아직도 누군가에 남은 미련이
증오와 사랑이 뒤범벅이 되어
어떤 게 좋고 나쁜지가
때론 더운 여름이고 때론 추운 겨울인지요
지금도 씨발 찾을 일이 있고
신발 벗고 절망할 일이 있어
세상사 모든 게 껌껌한 밤길이라 생각하는지요
떨쳐내고 싶은 것은
진즉에 나간 줄도 모르고
아직도 어리 빵빵
되지도 않을 잔머릴 굴리면서
엉뚱한 열등감에 손만 꽉 쥐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절망은 결국
희망을 위해 존재 하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빛은 망각의 세월을 잉태하는 법이니
기억한 건 만 쌍욕 없이
그냥 다 그거다 인정 하시지요
지금까지 지나가는 소도 웃을
‘개소리 박박’ 이었는지요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