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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 박박

박산 2019. 12. 2. 10:46




롯데월드(천마산 정상에서 본 가운데 연필심 같이 보이는) Photo by 권영모 


개소리 박박


빌어먹을 세상 결국 나를 버린다고

소주병 양손 틀어쥐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병나발 흔들어 마셔가며

씨발씨발 외쳐 본적이 있는지요 


돈 못 벌어들인 제 잘못에 겨워

고분거리는 처자식이

떨어지지 않은 찰거머리 인양 밀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른 적이 있으신지요


강변 한 구석 소용돌이 심한 곳

휘몰이 치는 바로 그 곳이 

내 생의 마지막 ‘퐁당 곳’ 이라

신발 벗으려한 적이 있는지요


그러다가도 스스로 ‘오기 있다’ 채찍질로

배짱 잔뜩 키워 아무도 없는 산골짜기 한 귀퉁이

인적 드문 곳에 홀로 들어 

  “개 같은 세상아 나 좀 한 번만 봐주라!”

소리 질러 애원한 적이 있는지요


그리 한 번 봐 준 그 세상에

없던 웃음 짓자니 비웃음이 되고

안 하던 짓 고개 숙이자니 비위가 틀려

내장이 병들어 썩어 문드러지고

슬금슬금 전이된 야비한 타성에

문득문득 겁을 집어 먹은 적이 있는지요 


욕을 씨부린 적도

누군가를 학대해 본적도 

절망 해본 적도

다 내 일이 아니었던 양 

그냥 지금의 평안으로 위장 한 적도 있는지요 


아직도 누군가에 남은 미련이

증오와 사랑이 뒤범벅이 되어 

어떤 게 좋고 나쁜지가

때론 더운 여름이고 때론 추운 겨울인지요 


지금도 씨발 찾을 일이 있고

신발 벗고 절망할 일이 있어 

세상사 모든 게 껌껌한 밤길이라 생각하는지요


떨쳐내고 싶은 것은

진즉에 나간 줄도 모르고

아직도 어리 빵빵

되지도 않을 잔머릴 굴리면서 

엉뚱한 열등감에 손만 꽉 쥐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절망은 결국

희망을 위해 존재 하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빛은 망각의 세월을 잉태하는 법이니 

기억한 건 만 쌍욕 없이

그냥 다 그거다 인정 하시지요 


지금까지 지나가는 소도 웃을

‘개소리 박박’ 이었는지요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