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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박산 2019. 10. 28. 10:49




행복


축 처진 어깨로

술이 고픈 배를 움켜쥐고

까무룩한 도심의 밤을 품었다 


별이 한강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파란 소주병들 붉은 와인 병들

불꽃 만발하여 둥둥 떠다녔다 


소주 한 병 와인 한 병 건졌다

한 맛은 밥 씹는 기분이고 

한 맛은 꽃 같다


갈증을 덜어낸 어깨로 달빛이 기대왔다

빛에 향긋한 여인의 젖내가 어릿어릿

강물 빛 반사된 은결로 살며시 안았다


아직 까무룩 밤은 저만치 있고

꺼내지 않은 술병들은 강물 속 둥둥 빛나고

빛을 꼭 품은 사내는 이제야 행복해졌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1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