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축 처진 어깨로
술이 고픈 배를 움켜쥐고
까무룩한 도심의 밤을 품었다
별이 한강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파란 소주병들 붉은 와인 병들
불꽃 만발하여 둥둥 떠다녔다
소주 한 병 와인 한 병 건졌다
한 맛은 밥 씹는 기분이고
한 맛은 꽃 같다
갈증을 덜어낸 어깨로 달빛이 기대왔다
빛에 향긋한 여인의 젖내가 어릿어릿
강물 빛 반사된 은결로 살며시 안았다
아직 까무룩 밤은 저만치 있고
꺼내지 않은 술병들은 강물 속 둥둥 빛나고
빛을 꼭 품은 사내는 이제야 행복해졌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1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