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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24

박산 2019. 10. 18. 09:59


                         충남 서산 이생진 시인 生家에서 (2019, 인사동tv 김명중 PD와 현승엽 가수)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24 2019년 10월 25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도장낙관 어사프, 통큰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 진흠모 모꼬지 실황은 '인사동tv' 로 녹화 방영 됩니다


1. 산사나무; 양숙 

2.비가 내린다: 김효수 

3.왜목마을: 조철암 

4.당목: 낭송 김미희/ 시 최정란 

5.외로울 땐: 권영모 

6.고독한 스케치: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7.가을밤: 이돈권 

8.나비효과: 김중열 

9.낙엽의 꿈: 낭송 김경영/ 시 김소엽 

10.고독은 심장이 흘리는 눈물이다: 박산 

11.강남스타일 風: 이생진with 담론 

 



                                                                              안동 하회마을 구름 풍경(2019)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23(2019년 9월 27일) 스케치


1. 마력: 양숙


보마 가마 하마

새끼손가락 걸었던 한 글자 ‘마' 귀를 당기는 달변보다도

주먹 쥐어지는 웅변보다 더 스르륵 마음을 당긴다

그 마력은 말 몇 필이 끄는 힘을 가졌을까 측정해볼 길이 없어 안타까우나

두고두고 곱씹게 만드는 ‘마'力


* 진흠모 편집인/ 시인

* email: 55yasoo@hanmail.net


2. 여름밤: 김효수


한낮에 태양은 벌겋게 끓어 세상에 있는 모든 걸 달구고

나는 그늘에 쉬어도 몸 비집고 나오는 땀에 옷이 젖는다

해가 지고 나면 더위 또한 지겠지 믿었는데 그렇지 않아

밤이 되어도 꿈적도 하지 않고 자리 지키고 있는 더위에

잠시 잠도 이루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바람 쐬고 있는데

나와 같은 사람 많은지 길가에 쉬는 사람들 자주 보이고

간간이 들리는 웃음 따라 콧노래 부르며 걷다 하늘 보니

무슨 일이 있는지 오늘 밤 모래처럼 수많은 별 반짝인다

하늘나라 밤도 더위 식지 않아 별이 바람 쐬러 나왔는지

그렇다면 내 임의 별도 어두운 길에 더위 달래고 있는지

또한 내가 임 찾느라 하늘 뚫어지게 바라보는 걸 아는지

임도 내가 어디쯤 있는지 궁금해 눈 비비며 찾고 있는지

이 밤 잠시라도 바라보며 우리는 마음을 달랠 수 있는지

방안에 푹푹 찌는 열대야를 피해 잠시 바람 쐬러 왔다가

하늘에 모래처럼 수많은 별 중에 내 임은 어디에 있는가

깊어가는 밤 어스름한 길을 걸으며 두 눈 벌겋게 찾는다


* 진흠모/ 시인




                                                                                      전남 무안 일로 장터


3. 벌레 먹은 나뭇잎: 낭송 조철암/ 시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 진흠모/ 낭송가


4. 동트자 떠나간 가을비: 권영모


밤을 꼬박 새우며 부르던 비는 아침 바람에 밀려 떠나가고

산머리 물안개만 맴돌며 아쉬워하고 있다


그 그리움에 밤이 지새도록 문 두들기며 기다리던 너

하얀 영혼 되어 떠나가는데 밤새워 네가 보내준 사랑 싫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물에 빠진 생쥐처럼 초라한 몰골의 저 이름 모를 새는 훌훌 털어버리고

늦은 아침의 허기를 채우러 떠나고 있다

나도 불타던 그날 아 ~~ 그날 몹시도 사납게 내리던 비를

몸으로 맞이하며 사랑을 갈구했었지

이젠 틀렸어 저 가을비가 가슴에는

사랑이지만 몸으로 상대하기엔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 진흠모/ 서예가/ 시인


5.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 류서재 / 시 이생진



                                                                              가파도 (photo by 이승희)


6. 추석이 추석인 것은: 이돈권


추석이 추석인 것은 어머님 당신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봄철 어린 죽순 따다 여름내 말리시어 조기 넣고 지져줄 기쁨에 찬 당신,

아직도 추석이 설렘으로 그리운 것은 둥근 보름달보다 맛좋은 송편보다

허리 굽은 당신의 기다리심 때문입니다


* 시인/ 사업가


7. 내가 백석이 되어: 낭송 허진/ 시 이생진



                                                                               그리운 바다 성산포 구름 구경(2019)


8. 개미: 낭송 이경선/ 시 이생진




                                                                               이생진 그림 ' 우는 파도'



9. 스물네 시간: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스물네 시간 다 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물네 시간 다 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물네 시간 다 네가 널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듯이

스물네 시간 다 내가 날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내 스물네 시간을 꼬치꼬치 따져 본 적은 없지만

스물네 시간을 에누리 없이 따져 간 것은 세월이다

내가 내 세월을 따져 보면 한 뼘도 못되는 칫수인데

세월이 날 따지면 엄청난 숫자로 내 이마에 주름을 친다 -시집 <바다에 오는 이유>


* 진흠모 가수/ 낭송가



                                                                         광화문 교보문고 2019 /10월



10. 아직도: 김미희


마포역 근처에서 30년을 살았다


공덕역은 마포역과 가까운 이웃 모든 것은 마포역과 공덕역 인근에서 해결했다

2년 전 애오개역으로 이사를 했고

이사 후 얼마 동안은 집으로 가는 발길이 마포역으로 가다가 되돌아오기도 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올 때 아직도 마포에서 내리지 않으려

‘마포역 아니야’ 긴장하고 ‘공덕역도 아니지’ 하며 공덕에서 내리지 않으려 다잡으며

  ‘애오개, 애오개’ 중얼거린다 2년이 지난 아직도 애오개역이 생소하고 낯설다

마포역 30년 세월을 이기려면 애오개역 28년을 더 살아야 하는 걸까

아니, 그럼 내 나이가 몇 살 되는 거지?


* 진흠모/ 낭송가/ 시인




                                                                              우이도 빨랫줄(Photo by 이승희) 



11. 가시연꽃: 김중열


우포에 가면 늪이 있다지 칠월에는 가시연꽃도 핀다 하니 지독한 사랑의 가시연꽃 보라빛 진한 연민에 끌려갈 그런 여인과 함께 갔으면 좋겠다 그냥 연꽃은 여러해살이라 하는데 가시연꽃은 한해살이라 하더란다 연꽃하면 심청이, 인당수, 공양미, 뺑덕에미가 떠오르는데 가시연꽃은 고독한 사랑만 떠오른다 그 지독한 고독으로 칠월에 피어올라 그 너른 호수를 한으로 덮어 늪이 되었던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그곳을 가보고 싶다 천희라는 여인들의 혼이 밤이면 울고 있다는 그런 얘기를 들어서일까 연꽃은 널직하게 품어지지만 가시연꽃은 낮에는 피고 밤에는 진다는데 왜 그럴까 그 사연이 궁금하기만 하더란다 나는 너른 가슴 펼치어 오래오래 품어가기를 그녀가 연꽃이기만 바라보고 있더란다 가시연꽃 사랑일지라도 밤에는 사라진 공룡의 신음소리가 울린다는 그 너른 우포늪을 가고 싶다 미역 가닥 말라져 굴껍질 더덕이도록 말없이 사랑하다 가버렸던 천희(千姬)의 한을 풀어 줄 수 있다면 이 지독한 고독이란 넋의 넋두리를 단 하루라도 사랑으로 받아 주겠지 하는 우매한 생각뿐으로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12. 사랑가: 낭송 김경영/ 시 성기조


하늘엔 두둥실 뜬 보름달이 내 가슴에 박혀 구멍을 내누나. 나는 그 서러움 때문에 눈물 흘리네 달이 휘영청 밝으면 내 서러움을 가져갈 것 같았는데 나는 이밤을 임 기다리며 지새우네. 하늘엔 두둥실 뜬 보름달이 내 가슴에 박혀 구멍을 내누나 나는 그 서러움 때문에 눈물 흘리네 달이 휘영청 밝으면 창 너머로 비쳐 오는 달빛 보고 임을 그리다가 밤새도록 뜬눈 새웠네 나는 이 밤을 밤새도록 뜬눈. 뜬눈 뜬눈 새웠네....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툇마루 (Photo by 양숙) 


13. 속물俗物: 낭송 이원옥 / 시 박산


입성 좋은 빌딩 하나 지어 놓고

썩 긴 시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발 좀 떨던 사람이

과유불급의 이치를 지속적으로 망각하다가

결국 한 삼 년 큰집살이까지 했고

어찌어찌 세월 속에 잊혀졌다


아무도 궁금해 하는 이가 없지만

솔직히 난 그가 발 좀 떨 때 부러웠고

여자가 있던 술집에서 호기롭게 한편으로는 자조적으로

그가 뱉어내던 말이 종종 떠올랐다


‘나 같은 속물이 뭐 있나?

 웃음을 꽃이라 여기고 울음은 낙엽이라 생각하면서

 앞만 보고 올라가는 거지.‘


지금 생각해 보니 나 보다 그가 시를 더 잘 쓴다

우연히 지인께 들은 소식으로는

그가 캐나다 로키산맥 어딘가 살고 있다는데

꽃만 보고 웃고 살았으면 좋겠다


* 진흠모 이끎이/ 시인/ 자유 기고가/ 인사동TV 방송주간



                                                                                                포항 호미곶 새벽  



14. 지팡이와 할머니: 이생진


소모도 언덕길을 올라가는 검은 지팡이와 하얀 할머니 지팡이는 할머니를 만난 지 3년 됐고

할머니는 지팡이 없이 80년을 지내다가 지팡이를 만난 후부터는 지팡이 없이 하루도 지내지 못한다


할머니는 나를 보느라 지팡이를 세워놨는데 지팡이는 나를 보지 않는다

할머니는 나를 보겠다고 허리를 펴는데 지팡이만큼 펴지지 않는다

지팡이는 허리를 굽히지 못하고 할머니는 허리를 펴지 못하고

지팡이는 할머니 없이 걷지 못하고 할머니는 지팡이 없이 걷지 못하고

이렇게 못하는 것끼리 만나 못하는 일 없이 사는구나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담론:

   연필로만 그리는 연필화가 원석연의 그림에 비춘 이생진 시집 ‘개미(열화당)’의 시를 읽으시며 관해

   담론하셨습니다.


                                                  연필화가 원석연 그림 '개미'


* 이생진 시집 ‘개미’ 참석자 전원 시집 증정이 있었습니다.


* 여울아라(김중열 리더) 동인지 ‘깨달음’ 참석자 전원 증정이 있었습니다.


* 편부경 정재분 님이 오랜만에 참석했고 소설을 쓰는 류서재 님이 처음 참석했습니다.


* 김수정 님의 판소리 한 자락 유재호 님의 시 노래 현승엽과 함께하는 퍼포먼스  

  이생진 시인의 시집 ‘개미’ 강론이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