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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ㅡ

박산 2019. 10. 7. 10:18




                                                       뜬구름 ㅡ


1986년 그 춥디추운 겨울

꼴난 사업하다 쫄딱 망해버린

한심한 아들 놈이

갖잖은 제 능력은 생각지 못하고

눈가엔 살기만 등등해서 헤매고 다닐 때

아버지가 내게 해준 말


''뜬구름 잡지마라!''


이마에 피가 마르면서

제 꼬라지 한심함을 인정했다


하늘은 쳐다 볼 엄두도 못냈다


아버지 구름 되신 지 수 십년

쏜 살 같은 세월이 지났다


이즘 부쩍 구름이 좋아졌다

검묽어도 희어도 한결 같이 흐르는 강물처럼

언제 어디서고 고개만 들면

아버지가 늙어가는 아들 품에 든다


''아버지! 가을 소백산 자락 구름이 좋네요,

  이젠 저도 구름 구경 괜찮지요?''



(2019 秋, 소백산 자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