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2019)
예순 넘어서 부터는
왜 사느냐 어떻게 사느냐 따위의
특정 이유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가버린 청춘이 어쩌고저쩌고
그런 신파에는 진절머리가 나거든요
꼬박꼬박 세 끼는 챙겨 먹는 편인데
배는 또 왜 이리 자주 고픈지 모를 일 입니다
'사랑' 같은 속으로 품었던 말들
그냥 시니컬한 단어로 존중하려 하고요
천지 간 꽃 피고 새 울고 개울 흐르는 이치에
저무는 이 딱한 인생도 슬쩍 끼어들려 합니다
해 봤자 별 거 아닌 줄 늦게나마 깨달은 지금
문자 탐닉의 아둔함 역시 버리는 중입니다
태양이 싫어 총을 쏜 뫼르소를
40년 세월로 비벼 어렴풋이 알 듯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