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 畵
촌놈은 무슨 촌놈
폼만 잔뜩 잡는 투명을 가장한 유리로 치장한 빌딩들과
콘크리트 덩이 아파트먼트 속 주거는
나를 그냥 속 좁은 빈 강정으로 튀겨 놓았을 뿐이다
돈으로 포장되어진 금빛 상표 붙은 의복들과
반짝이는 자동차들로 줄줄 묶여있는 줄도 모르고
도시인입네 하고는
목에 맨 넥타이가 꽉 조이는 줄도 모르고 산다
하늘과 땅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는지
별과 구름의 친분 관계가 어떤지
이곳저곳 비집고 샘을 튼 속절없는 강江이
결국 바다로 흘러드는지
도시인에게는
그냥 다 까맣게 칠해진 흑백영화의 한 부분이다
감자 닮은 마누라와 팡팡 찍어 만든 식성 좋은 아이들이
애비 닮아 그냥 한 중학교 정도만 졸업하고
산山 보고 이유 없이 잘되 달라 넙죽 절 잘하는 촌놈이면 좋으련만
엉덩이 시린 변소에서 조간신문 한 장 들고 한 삼십분 읽어대다
“마렵다” 재촉하는 아들 놈 나오라는 소리에
헛기침 한번 하고 코가 쨍하게 뻥 뚫린 마당에서
“아침밥 다 되었냐” 소리치는 촌놈이면 좋으련만
장기 져서 마신 술에 짧은 제 실력 탓 인줄도 모르고
오늘 뒤지게 운 없다 비틀거리며
애꿎은 길가 돌멩이만 발로 차다가
이유 없이 솟는 힘 주체 못해
“이노무 마누라 오늘 저녁 죽어봐라”
그런 촌놈이면 좋으련만
풀 한 포기 키울 줄 모르는 중뿔난 도시인은
전문도 전공도 아무것도 없으면서
모든 게 다 내 잘난 양
잔 머리만 잔뜩 굴려 나는 “땡그렁” 소리에 취해
도시의 악성 바이러스에 죽어가는
뇌와 내장들의 신음소리를 들을 겨를이 없다
늦철들은 썩은 도시인이 모든 게 다 내 병인 양 하여
하늘 올려 별 찾고 달 찾아 나도 촌놈 인양 하려니
베란다 한 쪽 늘어선 화분 속에 사는
건들거리는 한란寒蘭 몇 줄기
‘제 주제에 촌놈은 무슨 촌놈’ 하고는
알지 못할 비웃음이 가득하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1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