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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이란 죽일 놈

박산 2019. 7. 8. 10:02




                                                                                 '길' Photo by C.Park 



이란 죽일 놈


한 여자와 변치 않고 산다는 것

그거 참 지루한 일이다


한 남자와 죽자 사자 산다는 것

그것도 참 지루한 일이다


지지고 볶다 튀겨질 무렵에야

겨우 인심 좋은 '정'이란 죽일 놈이

슬며시 음흉한 뱀 똬리 틀려는 듯 기어들었다 


이도 저도 못하게 뻐걱 소리 나게

말라 비틀어져 헉헉거리던 숨소리조차

거세된 사랑이란 초라해진 미물을

아예 내쫓아 버렸다 


 굳이 애쓸 것 없는 비음鼻音을 생략 한 채로

그냥 '정' 이란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말이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