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
한강 다리 중간 즈음
노을이 붉게 타는 방향 난간을 잡고
어떤 사내 하나가
큰소리로 웃고 있다
지나가는 차들이 힐금거렸다
택시 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 저런 꼴통 같으니
만만한 게 아래 흐르는 강물이니
제 잘난 맛에 저러지 ”
트럭 탄 프로이드가 말했다
“그래 웃어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다리위서 저리 웃겠나
더 크게 웃어라 울지만 말고 ”
버스 탄 칸트가 말했다
“ 뭔가 생각지도 않은 대박이 터졌구만
틀림없어 로또가 터졌어 ”
자가용 탄 베르그송이 말했다
“ 못 볼 걸 봤어 틀림없이
저 친구
빚쟁이가 죽었나? ”
노을이 저물어 가는데도 사내는 계속 웃고 있다
웃다 그리고 웃다
웃다 그리고 웃다
* 웃음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적 ‘우월감’ 때문이라 했고
프로이드는 긴장을 해소하고 싶어 웃는 ‘해소론’을 주장했고
칸트는 실체와 현실의 부조화 때문이라며 ‘부조화론’을 말했고
베르그송은 순간적인 현실적응력 상실로 인한 ‘사회론’때문이라
했다.
지금의 이 시대에도 많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프로이드와
칸트와 베르그송이 웃고 있다.
(박산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