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덜 미안하기-
얼마나 분별없이 마셔댔으면
위장이 헐고
얼마나 허겁지겁 먹어댔으면
당뇨에 걸리고
얼마나 이기적 잔머리를 굴렸으면
혈압이 높아졌을까
전쟁 끝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이
주제 파악도 못하고 덤벙덤벙 살다
예순이 넘어서야 겨우 가쁜 숨 가라앉혀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는 여유의 한 순간에
익숙했지만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많은 장면들
아파트 늙은 경비원 책상 위 두툼한 약 봉투
허리 굽은 할머니가 미는 종이 박스 실은 리어카
종묘 담장 무료 급식 천막에 줄선 후줄근한 등줄기들
풍요롭다 못해 넘쳐 보이지만 상대적 빈곤들이 널려있다
이타利他를 외면하고 살아온 나태에 대한 반성
배부르게 먹지 말자
취하게 마시지도 말자
이것만 지켜도 세상에 덜 미안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