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99 (2026. 09. 18)〙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 6264
299 모꼬지는 생자 기일에 맞추어 9월 18일 6시 詩祭로 진행합니다
詩祭 참석 예정자:
김중열 조철암 김영식 조순일 김화연
성주영 김정휴 유재호 이윤철 안기풍
박인화 윤효순 최혜순 김병모 윤영호
김태경 이광무 이영준 변규만 현승엽
박산 외

생자 이야기 8
『仁寺島』ㅡ
2015년 내 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사업도 큰 진전이 없었고 모친의 10년 넘긴 장기 치매로 집안 피로가 극에 달했고, 함께하던 형제와의 갈등도 최악으로 치달아 사업을 접기로 결심했다. 사업을 접기 전부터 작은 꿈을 하나 가졌다. 내 말년에는 생자의 詩的 유지를 받드는 문예지를 내며 보내겠다는 계획으로, 단, 사업가로서 파악한 우리 詩 현실은 어차피 시로 돈을 만들 수는 없으니, 노후 자금 벌어놓은 돈을 투자해서, 가난해서 시집을 못 내는 시 지망생들을 등용시켜 주자고(생자께서는 항시 ‘시집을 내야 시인이다’를 강조하셨다). 사실 얼마만큼의 구체적 액수의 자금을 배정해 놓았었는데, 사업 정리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감당 안 되는 세금을 맞았다(?), 그때 그 후유증이 아직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 일로 문예지 출판 계획은 접게 되었지만, 무크지(간헐적 출판 간행물)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에, 생자께『仁寺島』라는 ‘年刊誌 발간 계획’을 말씀드렸다, 생자께서 '서울 한복판 인사동에 섬을 만들고 파도를 불러 시의 등대를 세웠다'는 의미의, 그래서 생자께 '仁寺島'라는 붓글씨 글을 받아 2015년 6월 창간호 표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당시 최초의 의논자였던 양숙 시인(진흠모 발행인:1955~2024)과의 희망은 『仁寺島 10호』까지가 목표였다.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98 (2026. 08. 28)스케치〙

1. 8월의 시: 낭송 김미희/시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 진흠모/시인/낭송가/편집인

2. 조심: 낭송 류재호/시 이생진
개 조심하게
그 집 개 사나우네
몸 조심하게
바깥 날씨 여간 아닐세
조심해 살게
여간 어려운 것 아닐세
조심해 죽게
여간 싱거운 것 아닐세
시집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진흠모/가수

3. 술에 취한 바다: 한톨
세상에 태어나서
너! 잘한 것이 무엇 하나 있더냐
세상을 살아오며
너! 무엇을 했느냐고 묻고싶다
너!
잘난 척 했던 것을 기억하냐
후회로 검게 멍이 든 노래를 부르려나
그냥 흘러간 그 이야기를 생각없이
너를 불러보고 싶다고 말했더냐
아하
아무런 의미도 없건마는
너는 왜? 그리도 그 노래를 부르겠다
술에 취해 어제를 잊겠다
붉은 오열을 토해가며
바다를 향해 하얀 소리를 내질렀더냐
그래! 그랬었지 방금에도 술에 취해
바다를 또 만들고 세월을 밀어 떠나보내어
그래, 그랬었지 그리도 소리를 내질렀지
미명의 빛 바다 위를 또 찾아와
오늘 또한 노래를 속절없이 부르겠지
그리 그렇게
오늘을 찬미하겠다 포장하여
어제를 마음껏 내질렀던 메아리로
노래를 불러내어 또다시 외치고 있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아직도
바다를 하이얗게 내뱉고
내일 또한 거품 가득 기다려 볼 게야
얼씨구 절씨구 저절씨구 지화자 좋다
아니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지화자 저절씨구 씨구 좋기만 하네
*진흠모/여울아라 이끎이/시인/화가

4. 하늘의 바다, 성산포: 한옥례+ 김명선
인사도 밤 깊어지면
시가연 작은 무대 위로
바다가 먼저 밀려옵니다
나는 생자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바다 성산포 를 펼쳐들고 파도를 불러 목청에 걸어 올립니다
낭송을 시작하면 성산포 바람이 한라산 능선을 넘어 서울 한복판 생자가 만든 시의 섬 인사도 까지 스며듭니다
시가 흐르고 노래가 술잔처럼 부딪히는 밤 나는 낭송가로서 시인의 숨을 대신 쉽니다
그때마다 가슴 한편이 사무치게 저려옵니다
이제 시인은
하늘의 구름 섬으로 가셔서 막걸리 한잔 기울이시며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의 고독으로
백서과
청마와
동탁과
육사와 주거니 받거니 시를 논하고 계실 터입니다
성산포에 지금 파도는 치는가 ?
누군가에 묻고는
파도는 그리움을 몰고 오지 !
생자께서 답할것만 같습니다
나는 오늘도
그리운 생자의 이름을 불러 또 무대 위에 섭니다
*진흠모/시예랑 대표/낭송가

5. 있었던 일/이생진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일
적어도 남이 보기엔
없었던 것으로 없어지지만
우리 둘만의 좁은 속은
없었던 일로 돌아가지 않는 일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진흠모/시인/낭송가

6. 에너지와 열정 사이: 김화연
젊음이 부러운 것은 에너지일 거야
열정이야 나이 상관없이 갖을 수 있지만
에너지는 마른 잎처럼 고갈되어 감을 느끼지
한때 불굴의 억척녀였던 또순이 같은 사람
다리에 힘이 빠져 열정도 점점 약해지면
찬바람이 거리를 쓸고가는 황량한 도로같다
열정 하나로 밤새 춤추게 했던 에너지도
다람쥐 도토리 까먹듯이 야금야금 줄어가고
열정이 삶의 척추였던 시절마저 등을 돌리면
에너지도 열정도 손아귀에서 미끄러지는
하얀 밤의 침묵이 왠지 서럽다
열정을 위한 에너지
에너지를 상승시키는 열정
곁에서 하염없이 꽃처럼 피어나면
노화도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 있을텐데
지금의 나는
에너지와 열정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나이니까
에너지와 열정 사이를 비집고 드는 바람이라서
*진흠모/시인

7. 먼나라 :낭송 김경영/시 성춘복
바라 보며
바라보며 보다가
숨소리 뜨거워지는 피리소리
아슴한 이승의 덤불
너의 나라로 가리
망초꽃도 있고
여뀌꽃도 있고 모시나비
춤자락 다 꺼내놓아
천지가 온통 꽃내와 꽃빛
내 그리로 가리
깜깜하고
한없이 멀고
답답하여 가슴치는 거기
당신밖엔 보이지
는 것 없는 세상으로 내 살러 가리
울다가 또 울다가 눈물 튀어
다리 놓이는 꿈안에 우리 산천
맨발로 네게 가리
네게 가리
가리
*진흠모/라인댄스 강사/낭송가

8. 구월이 오는 소리: 주영
뜨거웠던 여름의 기억이
저문 바람의 끝에서
서서히 온기를 내려놓을 때,
마음 한켠에도
맑고 서늘한 그늘 하나
조용히 내려앉는다.
서두르지 않아도 좋으리.
꽃이 피고 열매가 익는 일은
늘 소리 없이 깊어지는 것이므로.
높아진 하늘 아래
붉게 물드는 잎사귀 하나에도
지나온 계절의 시간이 스며 있고,
한 줄기 바람이
가만히 옷깃을 스쳐갈 때면
차마 부르지 못했던 이름 하나
그리움처럼 가슴에 머문다.
구월이 오면
나도 조금은 느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지나간 날들을 붙잡기보다
그저 한 번쯤
참 아름다웠노라
고요히 말할 수 있기를.
사랑이라 부르기엔 아팠고
이별이라 하기엔 너무 깊었던 것들까지도
이제는 가만히 품어줄 수 있기를.
그리고 어느 늦은 오후,
가을빛 머금은 바람이
내 마음의 창을 열어주는 날,
오래 닫아두었던 마음 한켠에
작지만 따뜻한 사랑 하나
다시 피어날 수 있기를.
기다림마저 계절이 되는 시간,
나는 오늘도
구월을 기다린다
*진흠모/화가

9. 셋째 번 단추: 박산
오래전 미국 회사 일을 할 때 얘기입니다
부모가 러시아계라는 아시아 담당 마리나는
항시 가슴에 셋째 번 단추를
상대방이 보기 좋게 풀어 놓았지요
내가 보기에도
그녀의 크고 예쁜 가슴은 매력 덩어리였어요
움직일 때마다 그 흔들림에 탄력이 넘쳤지요
점잖지 못한 욕망을 잘 억제해야 군자라고
아주 잘 교육받고 자란 이 한국 촌놈은
그녀와 마주한 미팅 시간이 고역입니다
정면으로 마주 보고 얘기를 하자니
그녀의 가슴에 자꾸 신경이 쓰였지요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난감했지요
홀로 얼굴 붉히다가도 내심은
여성의 아름다운 가슴을 보고도 무감각하다면
그건 죽은 놈이나 진배없다고
스스로 자위했지요
어쨌든 매번 정면으로 마주 보지 못하는
부자연스러운 나를 알아차렸는지
나만 보면 실실 웃는 마리나는
아주 내가 재미있다는 표정이 역력했지요
보라고 열어 놓은 걸 그냥 보면 되는 데
그게 잘 안 됩니다
며칠 전 내 오랜 이태리 친구 클라우디오를
오랜만에 만났지요
말이 친구지 나이가 나보다 위이고
우리 나이로는 올해 환갑입니다
갸름한 얼굴 날씬한 몸매에 착 달라붙는 양복이
전형적인 이태리 멋쟁이 남성 맵시가 여전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친구 역시 노타이 차림에
셋째 번Y셔츠 단추가 열려 있었지요
까맣고 복슬복슬한 가슴 털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거예요
여자는 민망해서 마주하기 힘들지만
남자도 뭔지 거북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사동에서 순수 한국식으로 소주+밥을 먹으면서
동성끼리임을 빙자해 씨익~한번 물어보았지요
“니 나이면 한국에서는 첫 번째 단추까지 다 채우고 다닌다!”하니
“무슨 소리야!여자들이 내 가슴 털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제야 알았지요
미국의 마리나는 남자들이 좋아하니 단추를 풀고
클라우디오는 여자들이 좋아하니
단추 풀고 있다는 사실을요
나도 순간 여자들 좋아하라고
셋째 번 단추를 풀어 볼까?
순간 푼수 없는 생각을 했지요
그러다 가만 생각해 보니
뚱뚱이 뱃살에
보여줄 까맣고 복슬복슬한 털도 없으니
단추 꼭꼭 채우고 조용히 있기로 했지요
*시집『구박받는 삼식이(2011)』중
* 진흠모 이끎이/시인
@ 유재호 님의 시 노래, 정선균 시인의 귀가 외 4곡
@ 성주영 김경영 김중열 님 등의 노래
@ 이수옥 님이 오랜만에 참석하셨고 김옥인 님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생자 유고 시집 발간기념 스케치』 2026년 9월 11일 교보문고
출판사 우리글 ‘김소양 대표’ 주관/ 나호열 시인 진행
진흠모 님들을 비롯 생자를 기억하는 많은 독자들이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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