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 모꼬지 진흠모 284 생일잔치
〘시 낭송 모꼬지 진흠모 284(2025.06.27.)〙
생일잔치 5시 시작합니다
5시!
장소: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Dress Code: 정장
『진흠모』 유월 모꼬지는 생자 이생진 선생님 생신 축하와 참석자 모두는 무크지 「인사島 11호」를 읽겠습니다.
헌신한 『진흠모』께 드리는 감사패 증정이 있습니다.
생신상에는 떡과 과일이 차려집니다.
생신 떡 드시러 오세요!
〘시 낭송 모꼬지-진흠모 283(2025.05.30.) 스케치〙
1.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낭송 김미희/시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진흠모/시인/낭송가/편집인
2. 방귀 뀔 권리: 낭송 류재호/시 이생진
혼자 방귀 뀌며 도망치는 벌레야
나도 보기 싫은 것을 만나면
너처럼 방귀 뀌며 도망치고 싶다
시원한 권리
혼자 뀌고 혼자 웃을 때
왜 발각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까
그래서 혼자 뀌는 방귀는 방귀 같지 않다
ㅡ시집(내 울음은 노래가 아니다)
* 진흠모/가수/낭송가
3. 붉은 태양: 김중열
언제인가는
촉촉한 어두움의 그림자가
다리를 길죽하게 다가서 드리밀며
튼실한 사타구니 깊숙히 파고들어
틈틈이 보라빛 꿈 한줌을 가득하게
훔쳐가더니
오늘에는
곧추서서 퇴색한 어제를 잊어가는
밝은 내일로 드리운 정수리를 파고들며
어제의 실뿌리들이 살아서 꿈틀꿈틀
번뇌의 숨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다
살아 있다는 징표일까
사라져가는 육신을 향한 통곡의 전주곡일까
아무렴 어떠하랴 모른척 하고파도
해가 뜰 때까지 어둠의 치닥거리로
빛바래진 공상의 나래를 펼쳐보며
떠오르는 붉은 해를 기다려 보건마는
내일에는 해가 뜬다 읊조리어
당연한 이야기로 주문을 외워보며
진초록 가득 품은 꿈을 불러 보건마는
하느님이 내려준 벌이련가
150세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보다
주절주절 뇌까려 읊조리기를
내일에는 붉게 타오르는 밝은 해가 떠올라
이 밤에서 풀어주겠지 하는
그런 미련뿐인 것을 어찌할까나
누구를 원망하련가
무엇에 미련을 두었기에 살아 있는가
지난 것에 옭메이지 아니하겠다 하건마는
인간이기에 속절없다 뇌까리기만.....
살아 있기에 즐기겠다 외쳐보기를
내일에는 해가 뜬다 희망가 싫커정 불러볼까나.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4. 키오스크/조철암
가끔 가는 중국집은
짬뽕과 탕수육 맛이 일품
주인장의 아들로 세대교체 되어
맛과 서비스가 업그레이드
오랜만에 웨이팅
한 달 만에 갔더니
중국집에 웬 키오스크
조금 낯설기는 했지만
주문과 결제를 완료한 친구
커피숍과 식당등 키오스크가 대세이니
장년층과 노년층도
현실에 적응해 살아야지
* 진흠모/시인/낭송가
5. 옛날의 그 집: 낭송 한옥례/시 박경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덩그레한 큰 집에 나는 혼자 살았다
밤이되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심고 고추심고 상추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 끝에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 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 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진흠모/낭송가
6. 샛별/이종성
나는 언제나 서쪽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늘 동쪽에 있었다
빛은 항상 동쪽에서 왔다
나는 즐곧 그가 있는 곳을 꿈꾸었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빛을 따라 마침내 동쪽으로 왔다
내가 동쪽으로 왔을 때
내가 온 만큼 그는 더 멀리 가 있었고,
나는 새로이
누군가의 동쪽이 되어 있었다
내가 본 첫새벽의 일줄은
서쪽의 노을이 된다고
나를 배웅하던 이들이 이따금
소식을 전해왔다
누군가를 바라보고 살면 삶의 방향이 된다
떠오르는 그 얼굴 있어서 바라보는 하늘
제 발밑에 벼랑을 두고 사는 별들은
밤마다 찬연하다
오늘도 내 머리맡에서 빛나며 새벽을 여는
그는 여전히 나의 동쪽이었다
*시인
7. 흔들리며 피는 꽃: 낭송 윤효순/시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며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에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Flowers That Bloom When Shaken – Do Jong-hwan
Where is the flower that blooms without shaking?
Any of the beautiful flowers of this world
all bloom while being shaken
They shake on stems that grow upright
Where is the love that goes without shaking?
Where is the flower that blooms without being soaked?
Any of the shining flowers of this world
bloom as they are soaked
Soaked by wind and rain, petals bloom warmly
Where is the life that goes without being soaked?
*진흠모/시인
8. 비워 가며 사는 삶: 이원옥
비어 있다는 것은 없는 것이 아니다.
가득 차 있는 것은 울림이 없다.
비어 있어야만 울림이 있다.
나를 비워야 사유의 나를 볼 수 있다.
태양의 그림자는 우리를 고개 숙이게 하고
별의 그림자는 우리를 고개 들게 한다.
나무에 걸려있는 모과나무는
삶의 시간표를 달고 있다.
한 발 내딛으면 천길 낭떠러지
우린 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다.
바람 한 자락이 쉬어가는 시간
늙어간다는 것은 곱게 물들어 간다는 것.
내 삶도 비워가며 살아야겠다.
*진흠모/시인
9. 아! 어머니: 낭송 김경영/ 시 신달자
어디에도 펼 곳이 없어서
둘둘 말아 가슴 밑바닥에 숨겨둔 그 꿈
어머니 지금은 어느 곳으로 흘러
한자락 구름이라도 되었을까요
구름이 되어 애끓는 비가 되어
맨몸으로 하늘에서 뛰어 내려
자식의 문전에서 궂은 바람을 씻겨 가시나요
죽더라도 이거 하나는 죽을 수 없어
이 세상 어디쯤에 샘 하나로 남겨져
흐렁흐렁 낮익은 데서 저린 예감 전해오면
물기도는 바람타고 달려가려 하시나요
아! 어머니
아직도 그 눈물 지상에 남아 있습니다
마르지 않는 은빛의 약속 촉촉히 축여서
이 자식 저 자식에게 뿌려 주고 계십니다
오직 어머니 꿈 하나는
불멸의 빛으로 살아 남아서
자식의 발걸음 앞 아픈 어둠을
당신의 가슴으로 빨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러나
자식들은 저마다 어머니의 뜨거운 심장을 들고
시린 어깨를 가리고 있습니다
어머니 이젠 냉정히 돌아 서십시오
우리들도 우리들의 심장을 꺼낼 때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 나의 어머니여!
*진흠모/낭송가/라인댄스 강사
10. 생자 가라사대: 박산
시를 하는 사람은 늘 고독해야 해!
그래야 시가 나와!
그리고는 말이야
남에 글을 많이 읽고 모방해야 해!
그거 죄 아니야
잘 모방해서 더 잘 쓰면 돼!
시 쓰고
시 하는 일에는 다 괜찮아!
〈미숙한 시인들은 모방한다. 완숙한 시인들은 훔친다. 나쁜 시인들은 훔쳐 온 것들을 흉하게 만들고 좋은 시인들은 더 낫게 만든다. 더 낫지 않다 하더라도 적어도 훔쳐 온 것과 다르게는 만든다.
ㅡ T.S 엘리엇〉
* 生子 이생진 시인(1929~ ):
시를 '쓴다' 보다는 '한다' 란 말을 자주 쓰신다.
* 진흠모 이끎이/시인
11. 몽유도원: 이생진
취한다는 거
복사꽃 밑에서
폭삭 취한다는 거
그건
꿈보다 더 황홀해서
바위도 멀컹럴컹 터질 것 같고
복사꽃 잎이
모두 입술이 되어
덤비는구나
몽유도원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