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3‘

박산 2025. 5. 24. 06:57

282 생자와 단체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3‘

530630분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
//(02)7206264
쥔장:김영희01028203090/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 283 모꼬지 낭송 예정자 ▶ 

 

김미희 유재호 김중열 조철암 한옥례 이종성 윤효순 박하 이원옥 조순일 김경영 박산 이생진

 

282 낭송 모습 (김경영 찍음)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2 스케치 (2025.04.25.)

2025 다랑쉬굴에서 조철암 님

 

1. 용눈이 오름과 제주인: 조철암

 

용눈이 오름에는

용이 놀았던 자리라는 뜻을 담아 용유악

용이 누웠던 자리라는 뜻의 용와악

용의 얼굴 같다 하여 용안악이 있다

 

공중에 뜬 활안개가 가득하다

바람에 꾸벅꾸벅 인사하는 노오란 유채꽃

어머니의 품과 같은 넓은 평원

심신을 평온하게 해주는 힐링 코스

 

꽃 인사가 만발한 제주 사람들

활안개 같은 여유와

유채꽃마다 인사의 향기

용눈이 처럼 그윽한 눈을 가진 사람들이다

 

* 진흠모/시인/낭송가

 

2. 피는 것들: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봄에 피는 철쭉

누구를 호강시키려 피는 것도

호강하려 피는 것도 아닌데

그대로 피어 사는 것이 즐거워

야호. 야호 소리치지 않아도

피는 것이 즐거워

누가 보지 않아도

피는 것이 즐거워

그저 피는 것이 즐거워

 

시집(산에 오는 이유)

 

* 진흠모/가수/낭송가 

 

윤효순 선경님 with 생자

 

3. : 낭송 선경님/시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진흠모/어린이집 원장

 

4. 낡아진 사랑: 김중열

 

나이는 숫자라고 하더라

숫자일 뿐이련가

 

서성거려

가로등 불빛 아래 흔들리는

아해의 그림자는

어느날 나의 모습일까만

 

하여

착각의 정령精靈들을 불러내어

어줍은 몰골로 혼잣말로

나이는 숫자일 뿐 숫자라 되뇌이며

 

퇴근길 버스 여늬 곳에 내려

담배 몇 갑 사러 편의점 들어설 때

유리문에 비추어진 한 몰골의 노인

" 게 뉘군 고? " 소리에 화들짝

내 모습에 놀랬더란다

 

구걸하던 사랑도 길 잃어

시공의 각설이로 빼앗긴 지 오래여서

말로만 사랑한다 품바 품바질로

 

사랑이 무언지도 모르고

그마저 허공에 혼잣말로 날려가며

퇴색된 사랑이라 말해볼까

외쳐왔던 사랑이야기

오래전에 뒹굴어 간 낙엽의 그림자로

찢겨진 언약으로 철지나 묻혀가며

바라기만 하여 쌓여 있더라만

 

너덜대며 낡아 껄떡이는 껍데기

한여름 장대비에 적시어 찢겨지며

서럽다 그리도 서럽다고

뒹구르며 사라지련가 묻고 싶더라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5.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 윤효순/시 이생진

 

해마다 여름이면 시집과 화첩을 들고 섬으로 돌아 다녔다

 

덕적도 용유도 대청도 제부도

무의도 실미도 시도

안면도 황도 신진도

선유도 위도 장산도

보길도 홍도 내나로도 외나로도

 

가거도 진도 안도 고금도

맹골도 쑥섬 거문도 우이도 만재도

거제도 욕지도 사랑도 연화도

매물도 오륙도 생도 울릉도 독도

비양도 가파도 마라도 우도

추자도 범섬 섶섬 새도 지귀도 제주도

 

이렇게 돌아다니며

때로는 절벽에서

때로는 동백 숲에서

때로는 어부의 무덤 앞에서

때로는 방파제에서

생활이 뭐고

인생이 뭔가

고독은 뭐고

시는 무엇인가 생각하며

물 위에 뜬 섬을 보았다.

그때마다 나는 섬이었다

물 위에 뜬 섬이었다.

 

아침 여섯 시

태양은 수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나를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 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설교를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성산포에서는 언젠가 산이 바다에 항복하고

산도 바다처럼 누우리라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구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시인

 

 

6. 긴 잠에서 깨어나 뒤돌아보니: 지윤. 최선옥

 

긴 잠에서 깨어나 뒤돌아보니

나의 하늘이 보이지 않네

 

소유하려는 욕망은

헛된 것일 뿐

 

우리들은 서로를 지켜봐 주며

그저 기원해 주는 맘이면 족할 뿐이다

 

구름의 형상들을

하나로 단정지울 수 없듯

 

삶이란 이런 것이다 관계란 이래야 한다

라고 공식화하지는 말아야 함을

 

이 단순한 진리를 알게 되기까지

나는 먼 데 무지개만 쫓으려 했네

 

이제 나는 현실의 수레바퀴에

꿰맞춘 일상들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리고 나의 하늘을 그려야 한다

 

*화가/시인 

 

다랑쉬굴에서 2025 이원옥 님

 

7. 비워 가며 사는 삶: 이원옥

 

비어 있다는 것은 없는 것이 아니다.

가득 차 있는 것은 울림이 없다.

비어 있어야만 울림이 있다.

나를 비워야 사유의 나를 볼 수 있다.

 

태양의 그림자는 우리를 고개 숙이게 하고

별의 그림자는 우리를 고개 들게 한다.

나무에 걸려있는 모과나무는

삶의 시간표를 달고 있다.

 

한 발 내딛으면 천길 낭떠러지

우린 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다.

 

바람 한 자락이 쉬어가는 시간

늙어간다는 것은 곱게 물들어 간다는 것.

 

내 삶도 비워가며 살아야겠다.

 

*진흠모/시인 

 

 

8. 먼 나라: 낭송 김경영/ 시 성춘복

  

바라~보며

바라보며 보다가

숨소리 뜨거워지는 피리 소리

아슴한 이승의 덤불

너의 나라로 가~

 

망초꽃도 있고

여뀌꽃도 있고 모시나비

춤자락 다 꺼내 놓아

천지가 온~통 꽃내와 꽃빛

내 그리로 가리

 

깜깜하고

한없이 멀~

답답하여 가슴 치는 거기

당신밖엔 보이는 것 없는 세상으로 내 살러 가~

 

~다가 또 울다가 눈물 튀어

다리 놓이는 꿈 안에 우리 산천

맨발로 네게~가리

네게 가~

~....

 

*진흠모/낭송가/라인댄스 강사

 

다랑쉬굴에서, 박산 좌여순 님 2025

 

9. So be it!: 박산

 

꽃 필 때 남녘 땅 한번 오시라

그리 말씀드렸는데

칠십 노인이 뭐 그리 바쁘다고

이 핑계 저 핑계로 안 내려오시나요

오늘 보니 엊저녁 바람에

매화는 졌고

산수유는 이미 노랑을 잃었는데

이 봄 놓치면

더 늙은 내 얼굴 볼 참이유?

 

미안 함세

여기서도 꽃구경 약속 있어

창경궁 옥천교 홍매화는 이미 보았다네

자네 늙어가는 얼굴 괜한 걱정은 마시게나

내겐 항시 화들짝 핀 매화이니

올봄 못 보면

그거 뭐 또 어쩌겠는가?

So be it!

委順으로 살아야지

 

* So be it! (할 수 없지!)

 

* 진흠모 이끎이/시인/자유 기고가/인사동TV 방송주간

 

2025 '그리운 바다 성산포' 현승엽 공연

 

10. 숲속의 사랑: 이생진

 

저 산 너머

저 구름

어디로 가나

사랑을 싣고서

어디로 가나

 

동녘이 타오를 때

떠오르던 네 얼굴

햇빛이 사라지며

어디로 갔나

 

한 번 태어나

한 번 가면 그만인 길

사랑이 있어야 꽃 피고

열매 맺는데

사랑 없이 어떻게

혼자서 가나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282 생자 배웅(김경영 찍음)

 

* 강동문학회장 김태경 시인 동인지 나눔이 있었습니다.

* 조철호 님 외 3인 처음 참석하셨습니다. 

* 유재호 현승엽의 노래로, 항시 그렇듯이 282를 보냈습니다. 

* 여전히 조철암 이원옥 님이 선생님 인사동 길을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