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박산 2023. 10. 4. 17:36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시절 아이들(인터넷 발췌)

 

공범 

 

1960년대 노량진역 앞 동네 

 

엄마가 한 서른댓 살 정도였던 시절 

오거리 골목 셋방 아줌마는 한 마흔 살 정도 

미장 일 다니는 주정뱅이 아저씨가 

아줌마가 입에 달고 사는 웬수같은 서방이다 

 

버스정류장에서 아줌마는 어떤 남자와 있었다 

슬쩍 다가와 십원짜리 한 장 손에 쥐어주면서 

나 못 봤다 해라

코티분 냄새가 코에 훅 들었다 

요릿집 용궁 배 떠 있는 한강 다리 밑에서도 

능수버들 늘어진 여의도 샛강변에서도 

나 못 봤다 해라

코티분 냄새가 코에 훅 들었다

 

주정뱅이 아저씨가 날 보면 물었다 

아줌마 봤냐

아니요 못 봤는데요 

 

1원에 만화 한두 권 보던 

만화가게 단골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