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 모든 사물에 더 겸손하자!

박산 2023. 3. 17. 17:19

《 the hundred-and-eight torments of mankind(百八煩惱) 「이광무 화백」》

 

산아! 모든 사물에 더 겸손하자!ㅡ
 
분명히 종합소득세를 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달 말일 스케줄표에 안 낸 걸로 뜬다, 부가세를 내는 25일 이미 냈다는 고정관념에 박힌 결과이고 하잘것없는 규모의 퍼스널 경영 능력에 대한 과신이다.

모임을 함께하고 어딘가를 함께 가며 그간 도타운 정과 신뢰로 유지했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익숙하고 친해졌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사라져서 제 하고 싶은 대로 언행을 다 한다, 나잇살을 거꾸로 먹는 행위이고 조심스런 언급이긴 하지만 혹여 초기치매에 접어든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다.  

감퇴하는 기억력을 위해 한 번 더 적어놓고 자기만의 기억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창조해야 한다. 오후 6시 이즘 익숙하지 않은 호텔 행사 참석 예정이라, 엊저녁 내일 사무실 나갈 때 양복을 갖추어 입어야지 했었는데, 호텔행 지하철 거의 내릴 때 즈음에야 운동화에 겨울 파커 차림임을 인지했다. 엄니가 하시던 말씀 중에 "정신 오백 냥 없는 놈!", 그놈이 바로 나다.  

한 번은 저 사람이 뭔가 내게 기분이 언짢아 그랬겠지 이해했고 뭔가 내 실수도 찾으려 했고 그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또 그런다, 조금 오만해졌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 아니라 약간의 무시당하는 느낌에 순간 화가 나다가도 피식 맥없이 웃음이 나온다, 누군가를 무시할 정도의 인품은 아닌데..., 하는 동정적 생각에서다. 그러다 다시 또 반면교사로 나는 어떤가 하고 돌아보는 바이다, 공연히 식은땀이 나고 조급해질 때가 있다, 과거 앓았던 공황장애가 재발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혹시 저 친구도!

아흔넷에 혼자 사시는 스승 집에 들렀다, 부엌에 붙은 메모 스티커에 '냉장고 국 데우기', '가스 불 확인하기', '재활용 xx일', 화장실에는 수건 비누 샴푸 위치 메모에 서재에는 읽은 책 읽을 책 메모 등등에 출입 현관에는 오늘은 어느 신발을 신을 건지까지, 지팡이 잊을까 지팡이 메모까지 붙어있다. 이 모든 것이 삶에 겸손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산아! 모든 사물에 더 겸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