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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란 년

박산 2019. 7. 1. 12:03




능소화란 년 -


담쟁이 능소화는 립스틱 짙게 바른 

서른아홉 농염한 여인이다


달밤 칙칙한 어둠과 벌인 스멀스멀한 섹스로는 

채우지 못한 가슴에 구멍만 숭숭 뚫렸고 

새벽 찬 공기 몇 모금으로는

목만 더 탄다 


누군가 붙여준

‘양반꽃’이란 이름이 싫어

담장 타고 올라 서방질하려 하지만

품은 독을 눈치 챈 남정네는 멀뚱거린다 


그래도 포기 못하는 미련에

손가락 입술 살포시 누르고 

눈 찡끗 “나 이쁘지 나 이쁘지” 한다 


솔직히 난 예쁘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