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다

박산 2016. 8. 29. 09:57

 

 



                                      

 

알겠다! -

 

여권 사진 찍으러 사진관에 갔다

사진사란 익숙한 이름 보다

품격이 한결 고상해 보이는 사진작가가

 

“여기 보세요!

고개 살짝 왼쪽으로 아니 살짝 아래로”

 

몇 차례 날 프로 모델 노릇 시키며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얼마를 찍어댄 후에

병원에서 진찰 받듯

컴퓨터 앞 작가 옆에 앉았다

 

늙어 가는 게 역력한 내 얼굴이

우수수 화면에 떴다

그 중 하나 골라

하나하나 지워지고 채워졌다

검버섯에 찌그러진 입

짝짝이 눈 코 밑에 반점

듬성드믓한 머리털

 

서비스로 찍어 준다는

팔짱 낀 상반신 사진도

즉석에서 뽑아 온 사진을 보니

뽀얀 얼굴이 영화배우다

내가 ‘나’라 하기 미안하다

 

알겠다!

이제야 나를!